시민의 기억, 익산의 역사

Last Updated :
시민의 기억, 익산의 역사

시민의 기록으로 되살아난 익산

익산 시민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사진과 편지, 문서와 생활용품이 지역의 역사를 보여주는 기록으로 다시 시민 앞에 섰다.

제6회 익산시 민간기록물 수집 공모전 전시회 ‘환승기록: 익산편 길에서 만난 기록’이 2026년 10월 30일부터 11월 29일까지 솜리문화예술회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전시는 시민들이 오랫동안 보관해 온 민간기록물을 통해 수십 년 전 익산의 거리와 생활환경, 교육과 문화, 종교 활동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오래된 건물과 거리를 촬영한 사진, 가족과 지인이 주고받은 편지, 가정과 학교에서 사용한 물품까지 기록의 형태는 다양하다. 한때 일상에서 흔히 접했던 물건들이 세월을 지나 익산의 변화와 시민의 삶을 증언하는 역사 자료가 됐다.

전시 일정과 관람 정보

전시명환승기록: 익산편 길에서 만난 기록
전시 기간2026년 10월 30일 금요일부터 11월 29일 일요일까지
전시 장소솜리문화예술회관 2층 전시실
소재지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선화1로 106
관람 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관일매주 월요일
관람료무료
전시 분야교통, 문화, 종교, 교육, 생활, 상시 기증
전시 문의익산시민역사기록관 063-859-4620, 063-859-4622

기증 기록물 1200점 한자리에

이번 전시에서는 시민 57명이 기증한 기록물 2,117점 가운데 약 1,200점을 선보인다. 전시 구성은 교통과 문화, 종교, 교육, 생활, 상시 기증 등 모두 6개 분야다. 기록물의 종류와 시대가 폭넓어 익산의 역사뿐 아니라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진 시민 생활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오래된 문서만 놓여 있는 것이 아니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 실제 생활에서 사용했던 물건도 상당수 포함됐다. 주요 사건이나 유명 인물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역사와 달리, 평범한 시민의 생활 흔적을 통해 익산의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전시실에서는 오래된 물건을 찬찬히 바라보거나 서로의 기억을 나누는 관람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이 기증한 기록물을 다시 확인하는 시민이 있는가 하면, 익숙한 생활용품 앞에서 지난 시절을 되짚는 관람객도 있다. 같은 기록물이 누군가에게는 개인적인 추억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익산의 과거를 이해하는 자료로 다가온다.

번호판과 카폰이 전하는 교통의 변화

교통 분야 전시대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은 차량 번호판과 카폰, 유압 잭을 비롯한 여러 물품이 놓였다. 오래된 교통 관련 서적과 지도, 각종 자료도 함께 전시돼 과거 익산의 교통환경과 시민들이 사용했던 장비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자동차에서 사용된 모토로라 카폰은 오늘날의 휴대전화와 뚜렷이 다른 형태다. 당시 차량용 이동전화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자동차에 별도의 통신장비를 설치해야 했다. 지금은 손안에 들어오는 이동전화가 당시에는 차량에 장착하는 장비였다는 사실을 통해 통신기술과 이동생활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차량 번호판과 지도, 카폰 같은 물품은 교통수단의 외형만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이동하고 소통했던 방식까지 보여준다. 지금과 다른 장비의 크기와 형태, 사용 방법은 수십 년 동안 달라진 교통환경과 생활양식을 이해하게 한다.

기념품이 된 놋그릇의 기록

익산의 옛 건물 사진과 행사 자료 사이에는 놋쇠로 제작한 밥그릇과 국그릇도 전시돼 있다. 놋쇠는 구리와 아연의 합금이며, 밥그릇 뚜껑에는 ‘익산군수 증 기념품’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그릇은 과거 익산 지역 행사에서 증정된 기념품이다. 당시에는 행사를 기억하기 위해 보관한 물건이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지역 행정과 행사 문화를 보여주는 자료가 됐다. 생활용품과 기념품도 보존되는 과정에서 지역사의 한 장면을 설명하는 기록으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빛바랜 사진에 남은 문화생활

사진과 책자, 서적과 인쇄물, 복권을 모은 공간에서는 당시 익산 시민들의 문화생활을 살펴볼 수 있다. 가족의 추억을 담은 사진부터 오랫동안 보관된 인쇄물까지 자료의 성격도 다양하다. 오래된 책은 종이가 누렇게 변했고 가장자리도 닳아 있어 보관된 시간을 짐작하게 한다.

옛 미륵사지석탑 앞에서 촬영한 사진도 눈길을 끈다. 사진에는 석탑 일부가 무너지고 콘크리트로 보강돼 있던 시기의 모습이 담겼다. 현재 모습과 비교하면 미륵사지가 오랜 기간 보수와 정비를 거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장의 사진이 특정 시점의 문화유산 상태와 주변 풍경을 함께 보존한 셈이다.

지역 행사와 체육대회에서 받은 메달과 기념품도 전시장에 나왔다. 1987년 국민의 장 메달에는 당시 이리시에서 열린 행사의 명칭과 수상 내용이 새겨져 있다. 메달에 남은 글자는 그 시기 지역사회에서 어떤 행사가 열렸고 시민들이 어떻게 참여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단서다.

손편지에 담긴 시대의 목소리

1960년에 주고받은 편지들도 전시됐다. 베트남전쟁 당시 보내진 위문편지와 고향 후배가 보낸 편지에는 손 글씨와 우편 봉투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사진이 당시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면 편지는 사람들이 주고받은 소식과 마음을 문자로 전한다. 종이와 봉투, 필체와 문장의 흔적은 편지가 작성되고 전달되던 시대의 소통 방식을 보여준다. 빠르게 메시지를 주고받는 오늘날과 달리, 손으로 적고 우편으로 전했던 과정을 떠올리게 하는 기록이다.

사적인 안부와 마음을 담았던 편지는 시간이 흐른 뒤 전쟁과 고향, 인간관계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생활사 자료가 됐다.

고문서에 새겨진 기록의 정성

오래된 고문서와 서적에는 옛사람들이 한 글자씩 써 내려간 기록이 남아 있다. 일부 자료는 종이가 누렇게 변하거나 훼손됐지만, 작은 글씨가 빼곡하게 채워진 문서는 기록을 작성하는 데 필요했던 시간과 정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컴퓨터로 문장을 작성하고 곧바로 수정할 수 있는 오늘날과 달리 과거에는 손으로 글자를 하나씩 적어 문서를 완성해야 했다. 작성과 보관에 많은 품이 들었던 문서가 오랜 세월을 견디며 오늘날까지 전해졌다는 점은 기록 보존의 중요성을 환기한다.

고문서는 단순히 오래된 종이에 머물지 않는다. 기록 당시의 문서 형식과 필체, 표현 방식이 함께 남아 있어 과거 사람들이 정보를 정리하고 전달했던 방식을 살펴볼 수 있게 한다.

키와 물레에서 한글 타자기까지

고문서 공간을 지나면 과거의 일상에서 실제로 쓰였던 생활용품들이 이어진다. 키와 물레, 군용 철제 탄약통, 한글 타자기 등 지금은 주변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물품이 전시돼 있다.

파란색 한글 타자기는 컴퓨터와 프린터가 보편화되기 전에 문서 작성에 사용한 장비다. 1982년 한글 표준 자판이 제정된 이후 보급된 모델로, 당시 상업계 학교에서 많이 사용됐다. 자판을 눌러 종이에 글자를 찍어내던 기계는 오늘날의 문서 작성 환경과 비교할 수 있는 교육·생활 기록이다.

타자기 옆에는 짚을 촘촘히 엮어 만든 바구니도 놓였다. 곡식이나 생활용품을 담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손으로 엮은 짜임과 오랫동안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다. 플라스틱 제품이 흔하지 않았던 시기의 재료와 제작 방식, 생활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옛 가정집을 채운 생활용품

생활 분야 공간은 과거 가정에서 사용했던 가구와 물품으로 당시의 주거 문화를 보여준다. 나무 흔들의자와 묵란 그림이 그려진 병풍, 브라운관 텔레비전, 장식장과 놋그릇 등이 한자리에 배치됐다.

두꺼운 테두리와 다이얼을 갖춘 브라운관 텔레비전은 얇고 큰 화면을 사용하는 현재의 제품과 외형부터 다르다. 화면과 조작 장치가 한 몸을 이룬 텔레비전의 모습은 가전제품이 변화해 온 과정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정교한 문양을 새긴 나무 가구와 병풍, 놋그릇에서는 실용성뿐 아니라 당시 가정의 미적 취향도 드러난다. 각각의 물품은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상의 일부였지만, 전시장에서는 과거 익산 시민의 주거환경과 생활방식을 설명하는 자료로 기능한다.

졸업장과 상장에 남은 학교생활

교육 분야에는 졸업장과 상장, 학창 시절 사진을 비롯해 학교생활의 흔적이 전시돼 있다. 오래된 종이에는 학생 이름과 날짜, 학교 직인이 남아 있어 한 사람의 졸업과 성취를 기념했던 당시의 문서 형식을 확인할 수 있다.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고 출력하던 시기가 아니었던 만큼 손으로 반듯하게 적은 글씨가 돋보인다. 글자마다 남은 필기의 흔적은 문서 한 장을 완성하기 위해 들인 시간과 정성을 보여준다.

개인에게 졸업장과 상장은 학창 시절을 기억하게 하는 소중한 물건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보존된 뒤에는 당시의 학교문화와 교육제도, 기록 방식을 전하는 공공적 자료가 된다. 개인의 성취와 지역의 교육사가 한 문서 안에서 만나는 것이다.

의복과 문서로 살펴보는 종교 활동

종교 분야에서는 관련 의복과 사진, 오래된 책과 문서를 포함한 다양한 기록물이 소개된다. 벽면에는 흰색과 하늘색 의복이 걸려 있으며, 아래쪽에는 인물 사진과 관련 서적, 여러 기념 자료가 배치됐다.

사진과 문서에는 당시 인물과 활동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어 개별 기록물이 만들어진 배경을 살펴볼 수 있다. 의복과 인쇄자료, 기념품을 함께 배치한 구성은 종교 활동이 시민의 일상과 지역사회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평범한 물건이 지역의 역사가 되다

이번 전시가 보여주는 핵심은 분명하다. 한때 평범한 생활의 일부였던 물건도 시민이 보존하고 지역이 모으면 한 도시의 시간을 설명하는 귀중한 기록이 된다.

사진 한 장에는 사라지거나 달라진 장소의 모습이 남고, 편지 한 통에는 당시 사람들이 주고받은 말과 마음이 보존된다. 타자기와 브라운관 텔레비전, 놋그릇과 짚 바구니에는 기술과 재료, 주거와 소비생활의 변화가 담겨 있다. 졸업장과 상장에는 교육문화가, 메달과 기념품에는 지역사회의 행사가 기록돼 있다.

전시장은 과거 익산의 모습을 처음 접하는 관람객에게는 지역사를 배우는 공간이 되고, 그 시절을 기억하는 시민에게는 자신의 삶과 도시의 변화를 함께 되짚는 공간이 된다. 관람객들은 사진 속 익숙한 장소를 찾고 오래된 생활용품 앞에서 각자의 기억을 나누며 기록과 현재를 연결한다.

익산시가 시민 기증 기록물을 한데 모아 공개한 이번 전시는 공공기관의 역사 기록과 함께 시민의 일상 기록도 지역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자료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개인이 오랫동안 간직한 물건을 체계적으로 모으고 전시함으로써 익산의 지난 시간을 다음 세대와 공유하는 기반도 넓혔다.

‘환승기록: 익산편 길에서 만난 기록’은 2026년 11월 29일까지 솜리문화예술회관 2층 전시실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하며,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시민의 기억, 익산의 역사
시민의 기억, 익산의 역사
시민의 기억, 익산의 역사 | 전북진 : https://jeonbukzine.com/6808
서울진 부산진 경기진 인천진 대구진 제주진 울산진 강원진 세종진 대전진 전북진 경남진 광주진 충남진 전남진 충북진 경북진 찐잡 모두진
전북진 © jeonbukzine.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