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관아와 장터의 시간

고창 흥덕에서 만나는 두 풍경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흥덕면에는 조선시대 관아의 흔적을 간직한 흥성동헌과 지역 상권의 오랜 중심인 흥덕전통시장이 가까이 자리한다. 한쪽에는 지방 행정의 중심이었던 목조 건축물이 남아 있고, 다른 한쪽에는 주민과 상인이 오가는 생활의 장이 이어진다.
두 공간은 분위기가 서로 다르지만 옛 흥덕 지역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흥성동헌에서는 관아 건축의 격식과 세월의 무게를 살펴볼 수 있고, 흥덕전통시장에서는 지역 주민의 일상과 장터의 활력을 확인할 수 있다. 관아와 시장을 함께 둘러보면 행정의 공간과 생활의 공간이 한 지역 안에서 어떻게 이어졌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흥성동헌의 역사와 의미
흥성동헌은 조선시대 흥성현의 현감이 업무를 처리하던 관아 건물이다. 1871년 현감 윤영희가 다시 세웠으며, 지방 관아 건축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주는 유산으로 평가받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로 관리되고 있다.
화려한 장식보다 단정한 구조와 안정된 비례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축물이다. 주변 가옥 사이에 자리한 오래된 목조 건물은 이곳이 오랜 역사를 품은 장소임을 보여준다. 동헌으로 향하는 좁은 골목의 담장에는 소박한 시골 풍경이 그려져 있어 관아로 이어지는 길에 한결 부드러운 인상을 더한다.
초입에는 흥성현의 유래와 관아 건물의 건립 과정,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는 안내판과 비석이 세워져 있다. 관람에 앞서 안내 내용을 살펴보면 건물이 사용된 목적과 현재까지 이어진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솟을대문을 지나 만나는 관아
입구는 솟을대문 형태를 갖추고 있다. 단단하게 짜인 나무 문짝과 기와 처마의 선이 조선시대 지방 관아의 정갈한 격식을 드러낸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정돈된 흙마당과 담장이 펼쳐지고, 주변의 소음이 잦아든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정면의 중심 건물은 반듯한 기단 위에 굵은 나무 기둥을 세우고 팔작지붕을 올린 모습이다. 기단과 기둥, 지붕이 이루는 균형은 관아 건물이 지녀야 했던 권위와 안정감을 함께 보여준다. 과도한 장식 없이도 단단하고 당당한 인상을 전하는 점이 흥성동헌의 특징이다.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내부에는 단정한 창살과 마루 구조가 남아 있다. 건물의 쓰임과 당시 생활상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다. 대들보와 목재 부재에는 용을 표현한 조각과 그림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힘찬 형상이 확인되며, 관아의 위상을 건축에 담으려 했던 목수들의 섬세한 기술을 보여준다.
건물 뒤편 마당에서는 계절의 정취도 만날 수 있다. 주황빛 감이 달린 감나무와 기와 처마가 어우러지고, 맑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는 전통 건축과 마을 풍경이 한 장면처럼 이어진다. 방문객이 많지 않은 때에는 흙마당과 목조 건물 사이로 고요한 분위기가 감돈다.
골목에 남은 마을의 시간
동헌을 나와 골목을 따라가면 오래된 주조장 건물을 마주할 수 있다. 현재의 쓰임과 별개로, 이 건물은 지역 주민의 생활과 함께했던 마을의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동헌이 공적인 행정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주조장 건물은 주민의 일상에 가까운 근대의 흔적을 전한다.
골목 한쪽에는 규모가 큰 은행나무와 작은 정원이 자리한다. 오랜 세월 마을과 함께해 온 나무가 넓은 그늘을 만들고, 주변에 가꿔진 정원은 골목 풍경에 차분함을 보탠다. 흥성동헌에서 흥덕전통시장으로 이동하는 길은 짧은 연결 구간이면서도 마을의 여러 시간대를 차례로 살펴보는 동선이 된다.
흥덕전통시장과 오일장
흥덕전통시장은 흥성동헌과 가까운 곳에 자리한 지역의 전통 상권이다. 주소는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흥덕면 흥덕시장길 3이다. 매월 4일과 9일에는 정기 오일장이 열린다.
장날이면 당일 수확한 농산물과 수산물이 함께 나오고, 상인과 손님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평소보다 활기찬 장터 풍경이 펼쳐진다. 시장 안내 표지판에도 매월 4일과 9일에 오일장이 열린다는 내용이 표시돼 있다. 시골 장터 특유의 생동감을 살펴보려면 장날을 기준으로 일정을 정할 수 있다.
시장 길목 위에는 비가림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비나 눈이 내리는 날에도 시장 안을 이동하고 장을 볼 수 있도록 마련된 시설이다. 전통 장터의 소박한 분위기와 현대적인 편의 시설이 한 공간에 공존한다.
장터 한편에는 알록달록한 인형 뽑기 게임기도 놓여 있다. 아이들에게는 가벼운 놀거리가 되고, 어른들에게는 익숙한 오락 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에 이런 소품이 더해지면서 시장 골목에는 소소하고 친근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관람과 이용 정보
| 구분 | 내용 |
|---|---|
| 흥성동헌 위치 |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흥덕면 흥덕리 222 |
| 흥덕전통시장 위치 |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흥덕면 흥덕시장길 3 |
| 흥성동헌 운영 | 상시 개방 |
| 흥성동헌 관람료 | 무료 |
| 흥덕전통시장 장날 | 매월 4일과 9일 |
| 주차 | 시장 전용 공영주차장과 동헌 인근 도로변 공간 이용 가능 |
흥성동헌은 별도의 매표 절차 없이 관람할 수 있다. 다만 문화재를 보호하고 주변을 안전하게 살펴보기 위해서는 가급적 낮 시간대에 방문하는 편이 적절하다.
차량 이동 시에는 흥성동헌 또는 고창군 흥덕면 흥덕리 222를 목적지로 설정할 수 있다. 선운산 나들목과 흥덕 나들목에서 비교적 가까우며, 흥덕시장길 표지판 주변에는 시장 주차장이 조성돼 있다. 시장 전용 공영주차장과 동헌 인근 도로변 공간에서는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함께 둘러볼 고창 명소
- 고창 고인돌유적지와 박물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선사시대 고인돌 군락지다. 넓은 잔디밭과 생태 박물관이 조성돼 있어 가족 단위의 역사 체험 일정에 포함하기 좋다. - 선운사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사찰이다. 꽃무릇과 단풍, 동백나무 숲이 계절에 따라 서로 다른 풍경을 이루며 산사 산책과 사색을 위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 고창읍성
조선시대에 축조된 성곽을 따라 걸으며 고창읍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야간에는 조명이 더해져 낮과 다른 성곽 풍경을 보여준다.
역사와 생활이 이어지는 길
흥성동헌과 흥덕전통시장은 고창 흥덕면의 과거와 현재를 한 동선에서 보여준다. 동헌의 기단과 기둥, 팔작지붕에는 조선시대 지방 관아의 질서가 남아 있고, 시장 골목과 오일장에는 주민의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관아의 고요함을 살핀 뒤 골목을 지나 시장으로 향하면 공간의 분위기가 서서히 달라진다. 흙마당의 정적은 마을길의 소박한 풍경으로 이어지고, 장날에는 상인과 손님이 오가는 활기로 전환된다. 흥성동헌의 묵직한 역사와 흥덕전통시장의 생동감은 고창 흥덕이 간직한 지역의 정체성을 함께 보여준다.
널리 알려진 관광지의 혼잡함에서 잠시 벗어나 전통 건축과 시골 장터를 차분히 살펴보고 싶다면 두 공간을 하나의 탐방 코스로 묶을 수 있다. 오래된 관아와 생활형 시장이 가까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역사 관람과 지역 문화 탐방을 함께 진행하기 좋은 장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