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석성 신라 성벽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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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석성 신라 성벽 확인

전북 무주군 무풍면 성현석성에서 신라가 축조한 것으로 판단되는 석축 성벽과 토기 조각이 확인됐다. 이번 성과는 삼국시대 무주가 백제와 신라가 맞닿은 전략적 요충지였음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료다. 특히 성현석성이 647년 백제와 신라가 맞붙었던 무산성 전투의 무대일 가능성도 한층 커졌지만, 이를 확정하려면 성 내부 시설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무풍면 산 정상부를 두른 석축산성

성현석성은 무주군 무풍면 지성리 성뫼산 정상부에 자리한 테뫼식 석축산성이다. 테뫼식 산성은 산 정상부를 둘러 성벽을 쌓은 형태를 말한다. 성뫼산의 해발고도는 약 558m이며, 성벽 둘레는 557m 안팎이다.

성 안에는 건물이 있었던 자리와 물을 모아두던 집수시설의 흔적도 남아 있다. 높은 산 정상부를 따라 이어진 성벽과 내부 시설의 흔적은 이곳이 단순한 관측 지점이 아니라 일정 기간 방어와 생활 기능을 함께 담당한 산성이었음을 보여준다.

성현석성 주변에는 삼국시대 유적이 밀집해 있다. 무풍면은 『삼국사기』 지리지에 신라의 산현으로 기록된 지역이다. 백두대간의 고갯길인 부항령과 덕산재는 백제와 신라를 이어주는 통로이자 두 세력이 마주한 접경지였다. 이 일대에 성현석성과 철목리·현내리 고분군 등이 자리한 배경도 이러한 지리적 특성과 맞닿아 있다.

동남쪽 성벽 정밀발굴

정밀발굴조사는 국가유산청의 허가를 받아 국립군산대학교 박물관 발굴조사팀이 수행했다. 조사 대상은 성현석성 가운데 잔존 상태가 가장 양호한 동남쪽 성벽이었다.

조사의 핵심 목적은 성벽의 구조와 축조 방식을 확인해 산성을 쌓고 운영한 주체와 시기를 규명하는 데 있었다. 이와 함께 향후 국가유산 지정과 역사문화권 정비계획에 활용할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성현석성에 대한 조사는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학술지표조사가 이뤄졌고, 2025년에는 시굴조사가 진행됐다. 이어 이번 정밀발굴조사를 통해 성벽의 구체적인 형태와 출토 유물이 확인됐다.

신라 산성의 축조 방식 확인

발굴된 성벽 바깥쪽에서는 네모난 형태로 잘 다듬은 돌을 줄에 맞춰 반듯하게 쌓은 구조가 드러났다. 별도의 지대석을 놓지 않고 기반암을 계단처럼 다듬은 뒤 그 위에 성돌을 올렸으며, 성벽 안쪽은 석재로 채웠다.

현재 남아 있는 성벽의 높이는 최대 약 1.9m다. 무너지기 전 바깥쪽 성벽의 높이는 약 6.5m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발굴 현장에서는 일정한 크기로 다듬어진 성돌과 내부를 채운 석재가 층을 이루며 나타나 당시의 축성 기술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이러한 방식은 554년 관산성 전투 이후 신라가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지역에 조성한 석축산성과 매우 유사하다. 전북 지역 유적 가운데에서는 장수 침령산성 남쪽 성벽과 가장 닮은 것으로 파악됐다.

6세기 후반 신라 토기 출토

성벽 조사 과정에서는 신라 토기 조각이 다수 출토됐다. 확인된 유물은 굽다리접시인 고배를 비롯해 뚜껑과 완, 항아리 조각 등이다.

이 가운데 고배 조각은 6세기 후반부터 7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6세기 중반 이후의 신라 토기가 여러 점 확인되면서 성현석성을 축조한 세력이 신라였다는 판단을 뒷받침하게 됐다.

성벽의 축조 기법과 토기의 제작 시기가 함께 확인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구조만으로 축성 주체를 추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을 사용한 시기와 세력의 성격을 살필 수 있는 유물이 같은 조사 구역에서 확보됐기 때문이다.

철목리 고분군과 이어지는 흔적

성현석성 동남쪽 약 150m 거리에는 무주 철목리 고분군이 있다. 이 고분군 역시 신라 세력과 관련된 유적으로 추정된다.

가까운 거리에 산성과 고분군이 함께 자리한다는 점은 이 지역에 신라 세력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방어시설인 산성과 인근 고분군을 함께 살펴보면 당시 무풍면 일대에서 활동한 집단의 흔적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647년 무산성 전투와의 연관성

『삼국사기』에는 647년 겨울 백제 장군 의직이 신라의 무산성을 공격하고, 김유신이 군사를 이끌어 이를 막아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이번 조사에서 신라식 성벽과 관련 토기가 확인됨에 따라 성현석성이 기록 속 무산성일 가능성은 이전보다 커졌다. 무풍면이 신라의 산현으로 기록된 점, 백제와 신라를 잇는 접경 통로에 자리한 점, 신라의 축성 방식과 유물이 확인된 점이 이러한 가능성과 맞물린다.

다만 성현석성을 무산성으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문헌 기록과 유적을 직접 연결하려면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 앞으로 성 내부 건물터와 부속시설 등을 조사해 산성의 운영 시기와 기능을 더욱 세밀하게 확인해야 한다.

전북 동부 접경사의 단서

이번 발굴은 가야 멸망 이후 전북 동부 지역을 둘러싸고 백제와 신라가 대립했던 모습을 밝힐 학술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산 정상부에 남아 있던 성벽은 천 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일부가 무너지고 흙에 덮였지만, 정밀발굴을 통해 돌을 다듬고 쌓아 올린 방식이 다시 드러났다. 현장에 노출된 성돌과 뒤채움 구조는 당시 신라가 접경지역의 방어 거점을 어떻게 구축했는지 보여주는 실물 자료가 됐다.

향후 조사는 성현석성의 정확한 축조 시기와 운영 양상, 성 내부 시설의 성격을 밝히는 데 집중될 예정이다. 조사 결과가 축적되면 성현석성과 무산성 전투의 연관성도 더욱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 관련 문의

성현석성 발굴조사와 국가유산 관련 문의는 무주군청 태권문화과 국가유산팀에서 받는다.

무주군청 태권문화과 국가유산팀 전화 063-320-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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