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한지의 기술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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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한지의 기술 변신

손끝에 닿는 부드러운 결, 종이 사이로 은은하게 드러나는 깊은 멋은 한지가 오랜 세월 간직해 온 특징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에서 한지 제작의 전통을 이어온 고감한지엔페이퍼는 이러한 고유한 질감을 지키면서 현대의 인쇄와 디자인, 건축, 인테리어, 출판 환경에 맞는 기능성 한지를 개발하고 있다.

전통 종이를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생활과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전주한지가 지닌 본래의 가치에 현대적인 기술을 접목해 쓰임의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이다.

어린 시절 시작된 한지와의 인연

고감한지엔페이퍼 백철희 대표와 한지의 인연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가 운영한 천양제지공업사를 오가며 자연스럽게 한지를 접했고, 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특성을 가까이에서 살폈다. 이 경험은 한지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백 대표는 대학 졸업 후인 1994년 천양제지공업사에 입사해 한지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생산 현장에서 제지 기술과 공정을 익히며 경험을 쌓았고, 2008년 천양산업을 창업해 독립했다. 2011년에는 회사 이름을 고감한지엔페이퍼로 바꾸고 기능성 한지 개발과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사업 환경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한지 원단을 중심으로 유통하던 가운데 시장 규모가 줄어들면서 기존 거래처와 판로도 함께 감소했다. 이전과 같은 방식만으로는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때 주목한 대상은 다른 소재가 아니라 한지 자체였다. 한지를 전통적인 종이라는 제한된 틀에 두지 않고 건축과 인테리어, 출판과 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과 활용 범위를 확장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전통의 질감에 현대 기능을 더하다

제품 개발의 중심에는 전통의 본질을 지키면서 쓰임은 현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이 놓여 있다. 한지 특유의 부드러운 감촉과 자연스러운 섬유의 결은 중요한 장점이지만, 일반적인 인쇄 환경에 적용하려면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었다.

한지는 흡수성이 높아 인쇄할 때 잉크가 번지거나 색상이 일정하게 표현되지 않을 수 있다. 사진과 그래픽처럼 세밀한 표현이 필요한 작업에서는 인쇄 선명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인쇄 품질을 높이기 위해 표면 처리를 지나치게 강화하면 한지가 가진 자연스러운 결이나 촉감이 약해질 수 있다.

고감한지엔페이퍼는 이처럼 서로 충돌할 수 있는 특성을 조정하기 위해 수분 함유량과 표면 처리 방식, 건조 공정 등을 지속해서 연구했다. 단순히 종이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지다운 외관과 감촉을 유지하면서 인쇄 적합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 결과 한지 본연의 결을 살리면서 사진과 그래픽, 작은 글자까지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인쇄용 한지를 개발했다. 전통 소재의 미감과 현대 인쇄 환경에서 요구되는 표현력을 함께 확보하려는 시도였다.

주요 개발 분야에는 디지털 실사 인쇄용 한지와 디자인·출판용 한지가 포함된다. 디지털 장비를 활용한 인쇄와 각종 디자인 작업, 출판물 제작에 한지를 적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보완한 제품이다. 오래 이어진 전통 제지 경험에 현대적인 공정 연구를 더해 한지가 사용될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인쇄와 디자인으로 넓어진 쓰임

기능성 한지 개발은 한지의 활용 방식을 다양하게 만드는 기반이 됐다. 사진과 그래픽을 표현할 수 있는 인쇄용 제품은 시각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한지 특유의 결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작은 글자까지 선명하게 나타낼 수 있도록 한 제품은 디자인뿐 아니라 출판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도 높였다.

건축과 인테리어 분야 역시 고감한지엔페이퍼가 주목한 영역이다. 한지의 자연스러운 질감을 공간에 적용하고, 현대적인 제작 환경에 맞는 기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제품 개발의 방향이다. 전통의 외형만 재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사용 환경을 고려해 소재의 성능과 쓰임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이 같은 개발 과정은 한지가 과거의 생활용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통 제지 기술을 토대로 하되 오늘날의 인쇄 장비와 제작 방식, 산업적 수요에 맞춰 제품을 세분화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흐름이다.

해외 전시에서 알린 전주한지

제품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은 해외 시장 진출로도 이어졌다. 고감한지엔페이퍼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국제 공예품 전문 전시회 크리에이티브월드에 5회 이상 참가해 한지 제품을 선보였다.

전시회 참가를 계기로 스페인과 미국, 독일, 싱가포르 등으로 수출 판로를 넓혔다. 국내에서 축적한 한지 제작 기술과 기능성 제품을 해외에 소개하며 전통 한지의 품질과 활용 가능성을 알린 것이다.

제품 수출과 함께 전주한지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는 활동에도 참여했다.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을 비롯해 해외 자매도시 교류전과 각종 전시회에 전주한지를 다루는 기업으로 참가했다. 전시 현장에서는 종이 표면에 살아 있는 섬유의 결, 전통 소재에 적용된 인쇄 표현, 다양한 제작 방식이 함께 제시됐다.

해외 활동의 범위는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전주한지의 품질과 전통문화적 가치를 소개하는 교류로 확장됐다. 한지가 현대적인 디자인과 제작 환경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실제 제품을 통해 보여주는 자리였다.

기술력으로 넓힌 공공시장

고감한지엔페이퍼는 기술 개발과 국내외 활동을 바탕으로 전북특별자치도의 전북천년명가,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소상공인, 전주시의 바이전주 우수상품에 선정됐다.

또한 벤처기업 인증과 ISO 14001 인증을 획득했다. 정부조달업체로 지정됐으며 조달청 나라장터에 제품을 등록해 공공 시장으로도 판로를 확대했다. 전통 한지 제작 경험을 제품 개발과 품질 관리, 유통 기반 확대로 연결한 결과다.

이러한 이력은 한지 산업이 전통문화의 보존과 현대 산업의 수요를 함께 다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련 제도 및 공공조달 체계 안에서 제품의 활용 기반을 넓혔다는 점도 특징이다.

일상과 산업으로 향하는 한지

백철희 대표가 바라보는 한지의 미래는 오래된 전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한지만의 질감과 특성을 유지하면서 현대인의 생활과 여러 산업 분야에 자연스럽게 적용할 제품과 활용 방법을 찾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종이 한 장에 담긴 전통의 가치를 지키면서 시대 변화에 맞는 기능을 보완하는 것이 고감한지엔페이퍼의 사업 방향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한지와의 인연, 1994년부터 현장에서 쌓은 제작 경험, 2008년 창업과 2011년 사명 변경을 거치며 축적한 기술이 오늘날 기능성 한지 개발의 토대가 됐다.

전주에서 이어온 제지 경험은 인쇄와 디자인, 출판, 건축, 인테리어 분야로 한지의 쓰임을 넓히고 해외 시장과 공공 시장까지 연결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전통의 결을 유지한 종이 위에 현대적인 표현력과 기능을 더하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고감한지엔페이퍼 위치

고감한지엔페이퍼는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반암3길 31-1에 자리하고 있다. 전주한지의 전통적인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기능성 한지와 인쇄·디자인용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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