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에 익는 순창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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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에 익는 순창의 맛

순창의 맛이 시작되는 마을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순창읍 백산리 265-66에 자리한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은 순창의 장문화를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붉은 고추장을 품은 항아리와 햇빛 아래 줄지어 선 장독대, 기와지붕을 따라 이어지는 골목이 순창다운 풍경을 이룬다.

이곳은 2026년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제21회 순창장류축제의 주요 무대이기도 하다. 축제는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과 순창발효테마파크 일원에서 나흘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순창발효테마파크가 미생물과 과학을 중심으로 발효를 배우는 공간이라면, 고추장민속마을은 장문화가 실제 생활과 산업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현장에 가깝다. 축제 무대와 체험 공간을 둘러본 뒤 마을 안쪽 골목까지 천천히 걸으면 순창 장류문화의 뿌리와 현재 모습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장인을 모아 조성한 장류마을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옛 마을을 그대로 보존한 곳은 아니다. 순창군이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던 고추장 제조 장인들을 한곳으로 모아 전통장류산업을 활성화하고, 순창고추장의 전통 제조 비법을 계승하기 위해 조성했다.

약 3년에 걸친 조성 과정을 거쳐 1997년 아미산 자락의 순창읍 백산리 일대에 문을 열었다. 이에 따라 마을에서 만나는 장독은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다. 실제로 장을 만들고 판매하는 공간마다 크고 작은 옹기가 놓여 있으며, 전통적인 제조 방식과 현대적인 위생관리, 장인들의 경험이 함께 이어지고 있다.

기와집을 따라 걷다 보면 집집마다 장독대가 펼쳐진다. 항아리의 크기와 배치가 조금씩 달라 골목마다 서로 다른 장면이 만들어진다. 햇살이 옹기 표면에 내려앉는 시간에는 단정하게 늘어선 장독과 기와지붕이 어우러져 마을의 차분한 분위기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장독대가 보여주는 기다림

오늘날에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고추장과 된장을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전통 장류는 장을 담근 뒤 햇빛과 바람을 맞히며 기다리는 과정이 중요하다. 옹기 안에서는 계절과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재료가 발효되고 맛이 깊어진다.

이곳의 장독대는 사진을 남기는 배경을 넘어 순창의 기후와 자연, 사람의 정성, 기다림이 음식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겉으로는 고요해 보이지만 항아리 안에서는 고추장과 된장이 천천히 익어간다. 마을의 정적인 풍경과 발효의 지속적인 변화가 한자리에서 맞물리는 셈이다.

축제 기간에는 방문객이 늘어날 수 있다. 장독대와 기와집이 어우러진 풍경을 비교적 차분하게 살펴보려면 이른 시간대나 마을 안쪽 골목을 중심으로 둘러보는 방식이 알맞다.

고서에 남은 순창고추장

순창과 고추장의 인연은 여러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조선 후기 이시필의 소문사설에는 순창 지방의 고추장 담금법이 소개돼 있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와 1925년 해동죽지 등에도 순창고추장에 관한 내용이 전한다.

이러한 기록은 순창고추장이 최근 만들어진 관광 상품에 머무르지 않고 오랜 시간 지역의 음식문화로 이어져 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의 민속마을은 그 전통을 제조와 판매, 축제와 체험으로 연결하는 공간이다.

같은 재료에서 나오는 다른 맛

순창전통고추장은 찹쌀과 고춧가루, 메줏가루, 소금 등을 기본 재료로 만든다. 그러나 같은 종류의 재료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든 고추장의 맛이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재료의 배합 비율을 비롯해 발효 시간, 온도와 습도, 장인의 노하우가 결과에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판매장마다 고추장의 색과 향, 숙성 방식에서 차이가 나타나며 집집마다 개성 있는 맛이 형성된다.

마을에는 고추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된장과 간장, 청국장을 비롯해 다양한 장아찌와 절임류 등 장을 바탕으로 한 발효식품도 만날 수 있다. 시식이 가능한 판매장에서는 제품별 맛을 비교하며 각기 다른 발효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제21회 순창장류축제 핵심 일정

평소 고추장민속마을이 장이 익어가는 고즈넉한 공간이라면 축제 기간에는 공연과 체험, 먹거리가 어우러진 활기찬 행사장으로 바뀐다. 2026년 축제는 세계인의 입맛 순창에 담다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행사명제21회 순창장류축제
기간2026년 10월 15일부터 10월 18일까지
장소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과 순창발효테마파크 일원
개막식2026년 10월 15일 오후 6시부터
개막 축하공연개막식 이후 진행 예정, 순창 출신 트로트 가수 강문경 출연
불꽃놀이2026년 10월 15일 오후 9시부터 진행 예정

축제에서는 전통 장 담그기 체험과 장류 요리 경연, 전통 공연과 전시 등 여러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장류를 눈으로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고 맛보며 발효문화를 경험하는 구성이 중심을 이룬다.

특히 개막일인 10월 15일에는 오후 6시부터 개막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개막식 이후에는 순창 출신 트로트 가수 강문경의 축하공연이 마련되며, 오후 9시부터는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을 예정이다.

축제와 마을을 함께 보는 이유

순창장류축제의 공연과 경연, 체험은 전통 장류를 친숙하게 접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실제 제조 공간인 고추장민속마을을 함께 둘러보면 축제가 왜 순창에서 열리는지 그 배경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무대 주변의 활기에서 잠시 벗어나 장독대 사이의 골목으로 들어서면 분위기는 한층 차분해진다. 단정하게 놓인 항아리와 기와집, 실제 장을 만드는 공간이 이어지고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늦추게 된다. 화려한 축제의 장면과 묵묵히 발효가 이어지는 일상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이 이 마을의 특징이다.

함께 둘러볼 팡이공원

순창발효테마파크와 고추장민속마을을 둘러본 뒤에는 인접한 팡이공원에서 쉬어갈 수 있다. 공원에는 전망대와 어린이 놀이터가 조성돼 있다.

언덕에 오르면 고추장민속마을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가을에는 핑크뮬리가 피어 계절의 분위기를 더하며, 높은 곳에서 바라본 장독대와 기와지붕은 골목 안에서 보던 풍경과 또 다른 인상을 남긴다.

발효가 이어지는 순창의 일상

축제가 끝난 뒤에도 민속마을의 옹기 안에서는 고추장과 된장이 계속 익어간다. 공연과 체험이 축제의 생동감을 보여준다면, 장독대는 순창 장류문화의 바탕인 시간과 정성을 드러낸다.

순창고추장은 하나의 지역 특산품인 동시에 기록과 제조 기술, 장인의 삶이 이어진 전통문화다.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은 이러한 흐름을 실제 제조 현장과 장독대 풍경을 통해 보여준다. 제21회 순창장류축제는 그 전통을 공연과 체험으로 넓혀 방문객과 나누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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