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전주 3곳

영화 속 전주를 걷다
제83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화제작 가능한 사랑에는 전주의 익숙한 공간들이 촬영지로 등장한다. 작품의 주요 장면을 따라가면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음식점부터 동네 제과점, 빈티지한 분위기의 펍까지 전주의 서로 다른 얼굴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영화 제작을 맡은 이준동 대표는 이창동 감독의 동생으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전주와 인연을 이어온 제작자의 작품 속에서 시민들에게 친숙한 장소들이 화면을 채운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짧은 극장 개봉을 마친 작품은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될 예정이다. 영화에 담긴 전주의 풍경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촬영지는 벽계가든과 하니비베이커리 아중점, 디핀이다.
네 주인공이 마주한 벽계가든
벽계가든은 전주의 오랜 역사가 깃든 장소로, 극 중 네 주인공이 처음 대면하는 장면의 배경이 됐다. 이창동 감독이 특별히 공들여 촬영한 장면으로 소개됐으며, 네 배우의 연기가 한 공간에서 맞부딪치는 중요한 무대다.
전주의 한 영화관에서 작품이 상영됐을 때 화면에 벽계가든이 나타나자 객석 곳곳에서 반가운 술렁임이 일었다. 전주 시민이라면 알아볼 만큼 친숙한 공간이 영화의 긴장감과 함께 스크린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촬영 장소에는 영화의 흔적도 남아 있다. 건물에서 볼 수 있는 예스러운 세로 간판은 영화 제작진이 촬영을 위해 새로 설치한 것이다. 오래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간판처럼 주변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벽계가든의 세월과 분위기를 살린다. 벽 한편에는 출연 배우들의 사인도 걸려 있어 촬영 당시의 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갈비탕을 비롯한 식사를 하며 영화에 등장한 공간의 모습을 차분히 살펴볼 수 있다. 오랜 음식점 특유의 정돈된 실내와 간판, 배우들의 사인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영화 장면과 실제 장소가 맞닿는다.
벽계가든 위치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524 벽계가든
호석의 선택이 이어진 하니비베이커리
하니비베이커리 아중점은 주인공 최호석 역의 설경구가 등장하는 장면의 촬영지다. 영화에서 호석은 아들의 생일 케이크를 사기 위해 제과점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우연히 회사에 남은 사람을 발견하고 미행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흐름으로 접어든다.
케이크는 단순한 소품을 넘어 호석의 행동을 다음 장면으로 이끄는 중요한 소재로 쓰인다. 가족을 위해 생일 케이크를 사려던 일상적인 방문이 뜻밖의 발견과 미행으로 이어지며 장면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매장에 들어서면 빵을 위생적으로 고를 수 있도록 마련된 깔끔한 쇼케이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러 종류의 빵과 케이크가 진열된 공간은 영화 속 사건이 시작된 배경이면서 실제로 주민들이 찾는 동네 제과점의 일상적인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가게 한편에는 이창동 감독과 설경구 배우의 사인이 걸려 있다. 매장 내부에는 방문객이 앉아 빵을 맛볼 수 있는 자리도 넉넉하게 마련돼 있다. 영화에서 긴장감이 감돌던 장면과 달리 실제 매장은 빵을 고르고 머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니비베이커리 위치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정언신로 94 아중연세교회 하니비베이커리
미옥과 상우의 기류가 흐른 디핀
전주의 펍 디핀은 영화 속 미옥 역의 전도연과 상우 역의 조인성이 등장한 장면과 연결된다.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기류가 처음 포착된 골목 장면이 바로 디핀 앞에서 촬영됐다.
디핀은 웨리단길이 활성화되기 전인 1997년부터 골목 한편을 지켜온 펍이자 칵테일바다. 세계적인 여행 매거진 론리플래닛에 전주를 대표하는 펍으로 소개된 곳으로, 독특하고 빈티지한 아지트 분위기로 알려져 있다.
웨리단길의 활기에서 한 걸음 벗어나 조용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디핀이 모습을 드러낸다. 담쟁이덩굴이 건물을 감싸고 있어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공간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영화 속 두 인물의 관계가 조심스럽게 드러나는 장면과 골목의 차분한 풍경이 맞물린다.
화려하게 꾸민 세트가 아니라 실제 전주의 오래된 골목과 공간이 촬영 배경이 됐다는 점에서 디핀은 작품 속 전주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장소다. 건물 외관과 담쟁이덩굴, 골목의 고요한 분위기는 화면 밖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디핀 위치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4길 16-16 1층 디핀
세 장소로 이어지는 촬영지 동선
벽계가든과 하니비베이커리 아중점, 디핀은 각각 다른 성격을 가진 전주의 공간이다. 벽계가든에서는 네 주인공이 처음 마주하며 연기 대결을 펼치고, 하니비베이커리에서는 호석의 일상적인 케이크 구매가 미행의 계기로 바뀐다. 디핀 앞 골목에서는 미옥과 상우 사이의 미묘한 흐름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 촬영지 | 영화 속 장면 | 공간의 특징 |
|---|---|---|
| 벽계가든 | 네 주인공의 첫 대면 | 오랜 역사를 지닌 음식점, 촬영용 세로 간판과 배우 사인 |
| 하니비베이커리 아중점 | 호석의 케이크 구매와 미행의 시작 | 깔끔한 쇼케이스, 감독과 배우의 사인, 매장 좌석 |
| 디핀 | 미옥과 상우의 묘한 기류가 포착된 골목 | 1997년부터 운영된 빈티지 펍과 담쟁이덩굴 골목 |
한 작품 안에서 음식점과 제과점, 펍으로 이어지는 전주의 일상이 주요 인물들의 관계와 사건을 담아내는 배경이 됐다. 익숙한 거리와 생활 공간이 이창동 감독의 카메라를 거쳐 영화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작품을 감상한 뒤 세 촬영지를 차례로 살펴보면 인물들이 마주하고 움직였던 장면의 흐름과 전주의 공간적 매력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