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밝힌 천사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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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밝힌 천사의 마음

이름도 얼굴도 드러내지 않은 채 어려운 이웃을 도운 선행이 전주 노송동에서 축제로 이어졌다. 제16회 얼굴없는 천사축제가 2026년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 천사마을 일대에서 열렸다. 축제의 중심에는 2000년부터 이어진 얼굴없는 천사의 나눔과 이를 기억하며 일상에서 실천하려는 주민들의 마음이 자리했다.

행사 기간 비가 계속됐지만 시민들은 우산을 쓰고 천사공원과 천사길, 천사마을 희망문화센터를 오갔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문화공연부터 글·그림 전시, 먹거리와 체험 행사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마을 곳곳에 활기를 더했다.

사흘 동안 이어진 축제 일정

제16회 얼굴없는 천사축제는 23일 개막식과 문화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24일에는 체험 부스와 먹거리 부스가 운영됐으며 어린이·청소년 문화공연이 펼쳐졌다. 25일에는 천사마을 희망문화센터 4층에서 얼굴없는 천사를 주제로 한 글·그림 수상작 전시회가 열렸다.

축제 기간 내내 비가 내리면서 야외 행사장은 우산을 든 시민들로 채워졌다. 맑은 날과는 다른 풍경이었지만 가족 단위 방문객과 지역 주민들의 발걸음은 계속됐다. 공연을 준비한 어린이와 청소년, 행사 운영을 지원한 자원봉사자, 여러 체험에 참여한 시민이 어우러지면서 빗속에서도 축제 일정이 진행됐다.

얼굴없는 천사를 기억하는 공간

축제는 노송동 주민센터 뒤편에 조성된 얼굴없는 천사공원 일대에서 진행됐다. 공원에는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으며, 인근 천사마을 포토존에서는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해당 공간이 전주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는 안내 표지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천사마을의 여러 공간은 이름을 남기지 않은 기부자의 선행을 기억하고 나눔의 가치를 전하는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됐다. 얼굴없는 천사를 기리며 만든 천사길을 따라가면 천사마을 희망문화센터가 나온다. 희망문화센터 내부에는 전시와 휴식 공간이 마련됐고, 옥상에는 새 포토존이 조성됐다.

올해 새롭게 마련된 옥상 포토존은 축제 당일 개관식을 열었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방문객들이 공간을 둘러봤으며, 밤에는 조명이 켜져 낮과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장소로 소개됐다. 희망문화센터 5층에도 포토존이 마련돼 천사길과 전시 공간을 함께 둘러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간식과 놀이가 채운 천사공원

천사공원 주변에는 먹거리와 놀이를 결합한 여러 부스가 들어섰다. ‘신나고 즐겁게 콜팝을 즐겨요’ 부스에서는 간식과 과일을 비롯한 시원한 음료가 제공됐다. 어린이들은 받은 간식을 먹으며 공연과 체험 행사를 지켜봤다.

‘전주시민은 공짜!’라는 문구를 내건 붕어빵 푸드트럭도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 갓 구운 붕어빵이 제공됐고, 시민들은 따뜻한 간식을 들고 행사장을 둘러봤다. 먹거리 공간은 야외 공연과 체험 사이에 잠시 머물 수 있는 장소가 됐다.

추억의 달고나 체험에는 특히 어린이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설탕으로 만든 달고나를 살펴보고 직접 체험하려는 아이들이 부스에 모였다. ‘추억의 뽑기놀이’ 부스에는 돌림판과 던지기 등 여러 게임이 준비돼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의 발걸음도 붙잡았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한 체험

페이스페인팅 공간에서는 참가자가 원하는 그림을 골라 손등 등에 그림을 받을 수 있었다. 거북이를 좋아하는 한 어린이는 손등 위 그림이 완성되기를 기다렸다. 색이 더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아이의 모습과 주변 가족들의 반응이 체험 부스의 밝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천에 미리 그려진 밑그림을 알록달록하게 채색하는 체험도 운영됐다. 참가자들은 준비된 그림에 저마다 색을 입히며 완성품을 만들었다. 키링 만들기 공간에는 아기자기한 장식과 함께 수능을 앞둔 수험생을 응원하는 내용의 키링도 마련됐다.

캘리그라피 체험에서는 좋은 글귀를 손글씨 작품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현장에는 ‘항상 웃는 얼굴 세상이 밝아져요’라는 문구가 소개됐다. 완성된 글귀는 집 안에 걸어둘 수 있는 장식 작품의 형태로 제작됐다.

천사에게 희망의 마음을 전하는 엽서 쓰기 행사도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나눔과 응원에 관한 마음을 엽서에 담았다. 먹거리와 놀이 중심의 프로그램 사이에 글과 그림으로 메시지를 표현하는 체험이 더해지면서 축제의 주제인 나눔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할 수 있었다.

파란 조끼의 자원봉사자

행사장 곳곳에서는 파란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운영을 도왔다.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시민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현장을 지키며 축제 진행에 힘을 보탰다. 여러 부스와 공연장, 이동 구간에서 활동한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행사 운영을 뒷받침했다.

축제에는 초등학생 자녀의 공연을 보기 위해 방문한 가족들도 함께했다. 공연을 준비한 아이들을 지켜보는 가족들은 대견함을 나타냈고, 천사마을축제가 주는 따뜻한 분위기와 행사의 지속을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천사에게 전한 글과 그림

천사마을 희망문화센터 4층에서는 얼굴없는 천사를 주제로 한 어린이 글·그림 공모전 수상작이 전시됐다. 이 공모전은 매년 열리며, 어린이들이 글과 그림을 통해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과 나눔의 의미를 표현하도록 구성됐다.

전시 공간에는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놓였다. 얼굴없는 천사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과 나눔에 관한 생각을 글로 적은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이름 없는 기부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어린이들의 글과 그림을 통해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 장면이었다.

전주시 돼지카드 디자인 일부에도 해당 공모전에서 나온 그림이 활용된 것으로 소개됐다. 공모전에서 완성된 어린이들의 작품이 전시장을 넘어 지역에서 사용하는 디자인의 일부로 이어진 사례다.

천사마을 인증사진 행사

방문객이 천사마을 곳곳의 명소에서 인증사진을 촬영한 뒤 현장에서 제시하면 천사마을카페 커피 쿠폰을 받을 수 있는 행사도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천사공원과 천사길, 희망문화센터 주변을 이동하며 마을의 주요 공간을 둘러봤다.

인증사진 행사는 한곳에 머무르기보다 천사마을의 여러 장소를 자연스럽게 살펴보도록 구성됐다. 포토존과 조형물, 천사길, 희망문화센터가 하나의 관람 흐름으로 이어졌으며, 마지막에는 천사마을카페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었다.

마을을 내려다보는 천사마을카페

천사마을 희망문화센터 4층에는 글·그림 수상작 전시회와 함께 천사마을카페가 운영됐다. 축제 인증사진 행사로 받은 쿠폰을 제시하면 음료 한 잔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비를 피해 쉬거나 다음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방문객들이 카페에 머물렀다.

천사마을카페는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며 커피 가격도 저렴한 편으로 소개됐다. 넓은 창밖으로는 노송동 마을이 한눈에 펼쳐졌다. 흐리고 비가 오는 날에도 창가에서는 마을의 건물과 골목을 내려다볼 수 있었고, 축제장을 걷던 시민들은 음료를 마시며 잠시 숨을 골랐다.

주민들이 키운 열여섯 번째 축제

얼굴없는 천사의 나눔은 2000년부터 이어졌다. 신원을 알리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한 행동은 노송동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남았고, 주민들은 그 뜻을 기리는 축제를 열어 왔다.

천사마을축제는 올해로 16회를 맞았다. 처음에는 마을 주민들이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해를 거듭하며 규모가 커졌고, 전주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주민들은 얼굴없는 천사의 마음을 본받아 일상에서 나눔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제16회 축제는 한 사람의 조용한 선행이 주민과 어린이, 자원봉사자와 방문객을 잇는 지역의 문화로 이어졌다는 점을 현장에서 보여줬다. 공연과 전시, 놀이와 먹거리, 희망 메시지 쓰기와 포토존이 서로 다른 형식으로 운영됐지만 모든 프로그램은 얼굴없는 천사의 나눔을 기억한다는 공통된 주제로 모였다.

축제 주요 장소

장소위치와 특징
얼굴없는 천사공원노송동 주민센터 뒤편에 있으며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된 축제의 주요 야외 공간이다.
천사마을 희망문화센터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중노송동 문화3길 14-3에 있다. 4층에서 글·그림 수상작 전시와 천사마을카페가 운영됐으며 상층에는 포토존이 마련됐다.
천사마을카페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중노송동 문화3길 14-3 인봉경로당에 있다. 창밖으로 노송동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주민 공간이다.
노송동 주민센터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인봉1길 54에 있다. 주민센터 뒤편으로 얼굴없는 천사공원과 축제 공간이 이어진다.

비 속에서도 이어진 나눔

사흘 동안 이어진 비는 야외 축제 운영에 영향을 줬지만 행사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우산 아래에서 공연을 기다리고, 체험 작품을 만들고, 따뜻한 붕어빵을 나누는 모습이 천사공원 곳곳에서 이어졌다.

글·그림 전시가 열린 희망문화센터와 어린이 체험이 진행된 천사공원, 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카페와 새로 조성된 옥상 포토존까지 축제 공간마다 서로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빗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들은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을 되새기며 천사마을을 둘러봤다.

얼굴없는 천사가 시작한 나눔은 주민들의 축제와 어린이들의 작품,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으로 이어졌다. 제16회 얼굴없는 천사축제는 선행의 주인공을 드러내는 행사가 아니라, 그가 남긴 마음을 마을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는 자리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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