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에 깃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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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에 깃든 시간

순창에서 만나는 자연의 조형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의 옥천골미술관에서 박경식 작가의 개인전 자연을 빌려오다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2026년 9월 22일 시작해 11월 1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의 중심에는 자연에서 가져온 나무와 나뭇가지가 있다. 반듯하게 다듬어진 목재가 아니라 휘어지고 갈라진 흔적이 남아 있는 잡목을 활용한 설치 작품들이다. 작가는 나무가 본래 지닌 선과 표면을 감추지 않고 전시장 안으로 옮겨 새로운 공간을 구성한다.

자연을 인위적으로 바꾸기보다 나무가 지나온 시간과 형태를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 삼은 전시다. 관람객은 나뭇가지가 그리는 곡선과 작품 사이의 여백을 따라가며 자연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작품 나무도 나도

전시 작품의 제목은 나무도 나도다. 2026년에 제작된 가변설치 작품으로, 전시되는 장소와 공간에 따라 배치가 달라질 수 있는 형식이다. 작품의 재료로 사용된 잡목에는 굽어진 줄기와 거친 표면, 갈라지거나 잘려 나간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나무를 일정한 모양으로 깎거나 곧게 펴는 대신 각각의 가지가 가진 형태를 살렸다. 그 결과 나뭇가지들은 서로 연결되면서도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가까이에서 보면 표면의 세세한 흔적이 드러나고, 조금 떨어져 바라보면 여러 선이 하나의 커다란 구조를 이룬다.

가지가 만들어 낸 굴곡은 보는 위치에 따라 산의 능선이나 오래된 길처럼 보인다. 일부 형태에서는 곤충을 연상할 수도 있다. 정해진 하나의 모습으로 귀결되기보다 관람객마다 서로 다른 장면을 떠올릴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긴다.

전시장에서는 작품 앞에 머물며 나뭇가지가 이어지는 방향을 천천히 살피는 관람객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하나의 구조물처럼 보이던 작품도 시선을 옮기면 서로 다른 선과 공간으로 나뉜다. 강한 색채나 화려한 장식보다 자연 재료의 형태 자체가 전시의 분위기를 이끈다.

작은 정자가 만든 장면

거대한 나무 설치 작품 사이에는 손바닥만 한 작은 정자가 자리한다. 복잡하게 뻗은 가지 속에서 정자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자연의 규모와 그 안에 놓인 인간의 공간을 한 장면 안에서 함께 바라보게 하는 요소다.

나무 위를 힘겹게 올라가는 말과 사람의 형상도 작품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굽이진 나무의 선을 따라 이동하는 형상은 길을 걷는 듯한 장면을 만든다. 주변의 가지와 빈 공간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이동과 여정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부각된다.

작품은 나무를 전혀 다른 물체로 바꾸지 않는다. 나무가 간직한 시간과 흔적을 전시장이라는 사람의 공간에서 다시 보게 한다. 전시 제목인 자연을 빌려오다는 이러한 작업 방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여백으로 완성되는 전시

박경식 작가가 나뭇가지를 활용해 온 설치 작업은 2000년대 전후부터 이어졌다. 이번 전시에서도 나뭇가지가 만드는 선뿐 아니라 선과 선 사이에 남겨진 공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품들은 공간을 빈틈없이 채우지 않는다. 비워 둔 부분을 통해 가지의 방향과 굴곡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관람객이 작품 사이를 이동할 때마다 겹쳐 보이는 나뭇가지의 모습도 달라진다. 같은 작품을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구도가 형성된다.

휘어진 나무는 곧게 교정되지 않았고 갈라진 흔적도 가려지지 않았다. 자연 재료가 오랜 시간에 걸쳐 얻은 모습이 작품의 특성이 된다. 별도의 정답을 찾기보다 나무의 표면과 선, 그 사이의 여백을 차분히 관찰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전시다.

전시장 입구에는 관람객이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한쪽에는 행운을 주제로 한 복카드가 준비돼 있으며, 관람객은 마음에 드는 카드 한 장을 가져갈 수 있다.

옥천골미술관 관람 정보

전시명박경식 개인전 자연을 빌려오다
전시 기간2026년 9월 22일부터 11월 1일까지
장소옥천골미술관
주소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순창읍 남계로 81
관람 시간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 마감오후 5시
휴관일매주 월요일
관람료무료
문의옥천골미술관 063-650-1638

관람을 계획할 때는 매주 월요일 휴관과 오후 5시 입장 마감 시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술관은 순창읍 남계로에 자리하고 있으며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순창장류축제 일정과 장소

전시 기간 중인 2026년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는 제21회 순창장류축제가 열린다. 행사는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과 순창발효테마파크 일원에서 진행된다.

행사명제21회 순창장류축제
기간2026년 10월 15일부터 10월 18일까지
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장소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및 순창발효테마파크 일원
입장료무료, 일부 체험 유료
문의순창장류축제 063-650-1624

순창발효테마파크는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순창읍 장류로 55에 있으며,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은 순창군 순창읍 백산리 265-66에 자리한다. 축제와 전시 일정이 겹치는 기간에는 순창의 전통문화와 자연을 소재로 한 현대미술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박경식 개인전은 휘어진 나무를 펴거나 오래된 흔적을 지우지 않은 채 자연의 선과 시간을 보여준다. 나무와 나뭇가지가 만들어 내는 조용한 변화, 작은 정자와 사람 및 말의 형상, 작품 사이의 넉넉한 여백이 옥천골미술관 안에서 하나의 풍경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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