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열여섯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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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열여섯 나한

도난의 상처를 간직한 나한들이 긴 여정을 마치고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서고사와 공동으로 특별전시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을 선보인다. 전시는 2026년 9월 16일부터 11월 29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며 관람료는 무료다.

전시명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
전시 기간2026년 9월 16일 수요일부터 11월 29일 일요일까지
전시 장소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
공동 주최국립전주박물관, 서고사
관람료무료

긴 세월을 건너 돌아온 나한

이번 특별전은 서고사에 봉안됐던 십육나한상의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조명한다. 서고사의 나한상 16구 가운데 8구는 도난당한 뒤 두 차례에 걸쳐 환수됐다. 전시는 흩어졌던 나한들이 성스러운 수행 공간인 도량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긴 과정을 차분하게 풀어낸다.

나한은 산스크리트어 아라한을 한자로 옮긴 말이다.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더 배울 것이 없는 높은 경지에 이르렀지만, 열반에 드는 일을 잠시 미루고 세상에 남아 불법을 지키며 사람들을 돕는 존자를 뜻한다. 이러한 의미를 알고 전시된 나한상을 바라보면 표정과 자세, 손에 든 지물이 전하는 이야기가 한층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유물이 돌아온 결과만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서고사의 역사부터 나한을 조성한 사람들의 염원, 도난과 환수 과정에서 생긴 흔적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문화유산이 본래 자리로 돌아오는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달빛 아래 황방산에서 시작된 전시

전시장에 들어서면 달빛으로 채워진 어두운 영상 공간이 관람객을 맞는다. 달빛 아래 삽살개가 짖는 소리가 서서히 울려 퍼지고, 화면에는 서고사가 자리한 황방산이 펼쳐진다. 황방산이라는 이름에는 삽살개가 밤새 짖어 재앙을 막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전해진다.

빛을 낮춘 공간과 반복되는 소리는 전시의 첫 장면에 고요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더한다. 관람객은 이 도입부를 지나며 서고사와 십육나한을 둘러싼 시간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된다.

서고사의 역사와 전주의 옛 모습

전시는 모두 3부로 구성된다. 1부 사고사찰 황방산 서고사에서는 서고사의 역사와 관련 문화유산을 소개한다. 문헌과 불교 유물, 옛 지도를 함께 배치해 서고사가 오랜 세월 전주의 지리와 문화 안에서 어떤 자리를 지켜왔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된 신증동국여지승람은 노사신 등이 편찬한 동국여지승람을 증보한 책으로, 전국 군현의 지리 정보와 시문 등을 폭넓게 담고 있다. 책에 실린 구절을 통해 현재의 황방산이 17세기에는 서고산으로 불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서고사가 등장하는 초기 문헌 자료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석불좌상과 동종도 서고사의 시간을 보여주는 주요 유물이다. 동종 아래쪽에는 종을 치는 자리인 당좌가 있으며, 그 옆에 경인년 2월 관찰사 조 등이 서고사에서 종을 새로 수리했다는 내용의 명문이 새겨져 있다. 오래된 기록과 실제 유물이 나란히 놓이면서 서고사의 역사가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난다.

전주부를 중심으로 주변 지형과 경관을 그린 전주 지도에서는 서고사뿐 아니라 남고산성, 오목대, 한벽당 등 오늘날에도 알려진 장소를 찾아볼 수 있다. 현재의 전주와 옛 지도를 비교해 보면 도시의 모습이 달라지는 동안에도 이어져 온 장소들의 맥락을 이해하기 쉽다.

한자리에 모인 십육나한

2부 관상 나한을 그리며 바라보다에서는 나한을 조성하고 숭배해 온 사람들의 마음을 살핀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불전 앞에서 각자의 소망을 떠올리며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나한상 역시 이러한 바람과 신앙을 바탕으로 조성됐다.

16구의 나한상이 모인 구역은 전시의 중심이다. 나한상은 크기보다 표정과 자세에서 전해지는 근엄함과 무게감이 두드러진다. 각각의 상을 천천히 비교하면 같은 나한이라는 이름 안에서도 서로 다른 인상과 개성이 드러난다.

벽면에는 나한상의 도난부터 환수까지의 여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돼 있다. 관람객은 16구 가운데 도난됐던 8구가 어떤 나한상인지 직접 살펴볼 수 있다. 해당 나한상에는 표면이 벗겨지거나 일부가 손상된 흔적이 남아 있어 다른 상과 구별된다.

도난과 이동 과정에서 생긴 상처는 감춰지지 않은 채 전시된다. 훼손된 부분을 그대로 마주하게 하는 전시 방식은 문화유산이 겪은 사건을 눈앞의 현실로 보여준다. 동시에 환수된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본래의 맥락 속에서 살펴보는 일이 왜 중요한지 되새기게 한다.

불상 안에 담긴 발원과 염원

3부 발원과 염원을 담다에서는 나한상 내부에 봉안됐던 복장물을 소개한다. 발원문과 경전, 다라니, 후령통 등이 전시돼 있어 불상을 조성한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마음과 소망을 담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복장물은 겉으로 드러나는 불상의 형태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신앙의 내면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불상 안에 발원과 염원을 담은 물품을 넣었고, 그 내용은 당시의 불교문화와 조성 배경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나한상의 외형을 관찰한 뒤 복장물을 살펴보면 하나의 불상이 완성되는 과정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어린이도 이해하기 쉬운 체험 공간

전시 마지막에는 서고사 나한전을 주제로 한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함께 만드는 나한, 마음을 담은 발원문, 손으로 붙여보는 지물 등 전시 내용을 놀이로 익힐 수 있는 활동으로 구성됐다.

지물은 불상이나 나한상이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가리킨다. 어린이 관람객은 체험을 통해 전시에서 본 나한의 특징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문헌과 유물을 중심으로 이어진 앞선 전시 내용을 손으로 직접 정리해 볼 수 있어 가족 단위 관람객도 부담 없이 참여하기 좋다.

가을 나들이와 함께하는 무료 전시

국립전주박물관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넓은 박물관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주차장 한쪽에는 장애인 주차 구역이 마련돼 있다. 인근에는 유모차와 휠체어 대여소도 있어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과 이동에 도움이 필요한 관람객의 편의를 고려했다.

가을철 박물관 야외 공간에서는 가족 단위 방문객과 어린이들이 산책하거나 쉬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나무와 선선한 바람이 전시 관람 전후의 여유를 더한다. 실내에서는 전주의 역사와 불교문화, 문화유산 환수의 의미를 살펴보고 야외에서는 계절의 풍경을 함께 누릴 수 있다.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은 열여섯 나한이 다시 모였다는 사실을 넘어, 문화유산이 제자리를 찾기까지의 시간을 기록한 전시다. 서고사의 역사와 십육나한의 조형미, 복장물에 담긴 옛사람들의 염원을 차례로 따라가다 보면 돌아온 문화유산이 지닌 의미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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