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 마이산 가을 역사 산책

전북 진안 마이산, 가을의 역사와 자연을 품다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 전라북도 진안의 마이산은 붉게 물든 단풍과 신비로운 암봉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을 선사합니다. 말의 귀를 닮은 두 봉우리 아래 자리한 이산묘, 탑사, 은수사 산책길은 조선 건국의 염원과 구한말 항일 의병들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가을 여행지로 손꼽힙니다.

민족의 성지, 이산묘

마이산 도립공원 입구에서 만나는 이산묘는 단군 성조부터 조선 태조 이성계, 세종, 고종 등 역대 임금 네 분의 위패를 모신 사당입니다. 또한 1905년 을사늑약 이후 나라를 위해 희생한 34분의 의사·열사 등 총 79분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구한말 호남의병 창의동맹단이 국권 수호와 항일 운동을 결의한 역사적 장소로, 1907년 9월 12일 마이산 용바위에서 1,000여 명이 모여 창의고천제를 올리고 의병단을 결성한 뜻깊은 현장입니다. 이석용 의병장이 대장으로 추대되어 진안을 중심으로 호남 일대에서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국권 수호에 앞장섰습니다.

사당 입구 암벽에 새겨진 '주필대' 글씨는 태조 이성계가 왜구를 무찌르고 돌아가던 길에 머물렀다는 전설을 담고 있으며, 민족의 기상과 조선 건국 정신을 기리는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그 아래 마이동천은 마이산이 신선이 사는 별천지처럼 경치가 빼어난 곳임을 뜻하며, 독립유공자추모탑 뒤 암벽에는 고종황제의 어필 '비례물동'이 새겨져 있어 국권 회복과 민족 자존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탑영제와 탑사, 신비로운 돌탑의 향연

이산묘를 지나면 마이산 암봉이 아름답게 펼쳐진 탑영제에 이릅니다. 이곳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며, 봄에는 벚꽃터널이 장관을 이룹니다.

마이산의 상징인 탑사는 암마이봉과 수마이봉 아래 80여 개의 돌탑이 모여 있는 신비로운 장소입니다. 구한말 이갑룡 처사가 30년간 쌓아 올린 이 돌탑들은 삼국지의 팔진도법에 따라 배치되어 거센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 견고함을 자랑합니다. 가을 단풍과 어우러진 탑사의 풍경은 사진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탑사에서 은수사까지는 약 600m 거리로, 가파른 산길을 오르며 마이산의 백악기 역암 지질 구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조선 건국의 염원이 깃든 은수사

은수사는 태조 이성계가 조선 건국 전 100일간 기도하며 왕조의 꿈을 꾸었던 사찰로, 맑은 샘물에서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650년 이상 된 청실배나무와 거대한 줄사철나무 군락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특히 5월에는 줄사철나무 꽃이 장관을 이룹니다.

은수사 내 태극전은 조선 태조 이성계와 단군 영정을 함께 봉안한 특별한 전각으로, 꿈속에서 금척을 받는 장면을 그린 '몽금척도'가 걸려 있습니다. 이는 마이산이 조선 창업의 천명지임을 상징합니다.

가을 단풍과 역사, 자연이 어우러진 마이산 산책

이산묘, 탑사, 은수사를 잇는 산책 코스는 약 2시간 내외로, 가을 단풍이 절정에 이를 때 그 아름다움이 극대화됩니다. 독특한 지형과 역사적 유산, 자연의 신비가 어우러진 마이산은 늦가을 여행지로서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마이산에서 조선 건국의 숨결과 민족의 숭고한 정신을 느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