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넘자 영화가 됐다

익산 지역 중학생들이 책에서 읽은 이야기를 자신들의 시선으로 다시 구성해 9편의 단편영화로 완성했다. 독서와 토론에 머물지 않고 시나리오 작성과 촬영, 편집까지 직접 경험하며 책 속 세계를 영상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세 학교가 함께한 독서캠프
익산시 영등시립도서관은 2026년 10월 23일 익산유스호스텔에서 ‘2026학년도 익산 중등 연합 독서캠프’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리영등중학교와 익산부천중학교, 익산어양중학교 학생 54명과 지도교사 16명이 참가했다.
‘책이라는 세계를 렌즈로 담다’를 주제로 마련된 이번 캠프는 2026년 4월부터 7개월 동안 도서관과 학교가 함께 진행한 독서·영화 창작 프로젝트의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참가 학생들은 각 학교의 경계를 넘어 완성한 작품을 소개하고 서로의 생각과 제작 경험을 나눴다.
독서에서 영화 제작까지
학생들은 프로젝트 기간 영화 제작 관련 도서 9권을 읽었다. 이와 함께 ‘익산시 한 권의 책’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된 손현주 작가의 소설 ‘친밀한 가해자’를 함께 읽고 토론했다.
독서 뒤에는 영화 제작 과정이 이어졌다. 구태진 영화감독의 지도로 시나리오 작성법과 연출 기법을 익힌 학생들은 모둠을 구성해 작품 제작에 나섰다. 대본 집필에서 현장 촬영과 영상 편집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를 직접 맡았으며, 그 결과 모두 9편의 단편영화를 완성했다.
책의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야기의 의미를 장면과 대사로 바꾸는 전 과정을 학생들이 수행했다. 모둠별로 대본을 다듬고 촬영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학생 사이의 소통과 협력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경쟁보다 경청에 힘을 둔 토론
캠프에서는 ‘친밀한 가해자’를 바탕으로 한 비경쟁 독서토론도 진행됐다. 학생들은 승패나 우열을 가리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며 듣고 각자의 생각을 말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살폈다.
같은 책을 읽은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관점과 해석을 공유했다. 독서를 통해 정리한 생각은 영화의 기획과 표현으로 연결됐고, 토론은 학생들이 작품을 한층 깊이 바라보는 과정이 됐다.
포스터 전시와 기획 발표
학생들이 직접 만든 영화 포스터와 홍보물도 캠프 현장에 전시됐다. 참가 학생들은 완성된 결과물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을 기획한 이유와 영화에 담으려 한 내용을 발표했다.
현장에는 7개월 동안 이어진 독서와 창작 과정이 포스터와 영상, 제작 이야기로 펼쳐졌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작품을 다른 학교 학생과 교사 앞에서 설명했고, 참석자들은 발표와 전시물을 차분히 살펴봤다.
아홉 편의 영화가 스크린에
이어진 시사회에서는 학생들이 제작한 단편영화 9편이 상영됐다. 학생들은 각 작품의 제작 노트를 함께 공유하며 시나리오 구상부터 촬영과 편집까지 이어진 과정을 설명했다.
우수작은 교사 심사와 학생들의 현장 투표를 거쳐 선정됐다. 선정된 작품에 대한 시상도 진행됐다. 작품을 만든 학생과 이를 감상한 학생이 한자리에서 의견을 나누고 직접 투표에 참여했다는 점도 이번 시사회의 주요 장면이었다.
정적인 독서를 융합 창작으로
이번 연합 캠프는 활자 중심의 독서 교육을 토론과 영상 창작이 결합된 활동으로 확장했다. 학생들은 책을 읽은 뒤 대본을 쓰고 장면을 설계했으며,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했다.
또한 학생들은 모둠원과 함께 대본을 고치고 제작 방향을 조율하면서 소통과 협동의 과정을 경험했다. 다른 학교 학생들과 창작물을 나누는 자리도 마련돼 학교를 넘어 서로의 관점을 접할 수 있었다.
도서관과 학교가 7개월 동안 협력해 독서와 토론, 영화 제작, 상영과 시상까지 하나의 교육 과정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학생들이 책에서 받은 인상을 자신만의 언어와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창작의 범위를 넓힌 프로그램이었다.
청소년 독서 창작 지원 확대
고민철 익산시 영등시립도서관장은 학생들이 책에서 얻은 울림을 영상으로 시각화해 세상과 나눈 성장의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책에서 상상력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입체적인 독서 창작 프로그램을 꾸준히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캠프는 한 권의 책을 읽는 활동에서 출발해 토론과 공동 집필, 촬영과 편집, 작품 발표와 시사회로 이어졌다. 익산 청소년들은 독자로 참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하고 화면으로 옮기는 창작자로 무대에 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