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에 꽃핀 붓과 소리

색연필로 섬세하게 피워낸 꽃과 동편제 판소리의 힘찬 성음이 예향 남원의 가을을 풍성하게 채웠다. 남원아트센터에서 열린 보태니컬아트 전시와 인근 청아원에서 진행된 제34회 금파강도근 전국판소리고법경연대회는 미술과 전통 국악의 매력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문화예술 행사였다.
두 행사는 눈으로 감상하는 세밀화와 귀로 느끼는 판소리·고법을 각각 선보였다. 남원아트센터에서는 꽃잎의 결까지 정교하게 표현한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았고, 청아원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소리와 북장단으로 기량을 겨뤘다. 지역 문화공간을 활용해 시민과 방문객이 다양한 예술을 가까이에서 접하도록 한 현장이었다.
남원아트센터와 청아원의 문화적 의미
남원아트센터는 옛 KBS 남원방송국 건물을 개보수해 조성한 열린 복합문화공간이다. 전시와 예술 활동이 이어지는 지역 문화 거점으로서 주민과 방문객을 맞고 있다. 높은 천장과 넓은 관람 동선, 정돈된 전시 환경을 갖춰 작품을 차분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청아원에서 열린 금파강도근 전국판소리고법경연대회는 동편제 판소리의 거목인 고 강도근 명창의 소리와 뜻을 기리고, 우수한 국악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이어져 온 행사다. 사단법인 강도근 동편제판소리보존회가 주관했으며 남원시와 전라북도, 남원국악예술고등학교가 후원했다. 판소리와 고법의 명맥을 잇는 전국 단위 경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색연필로 피어난 보태니컬아트
남원아트센터 1층 1F-05에서는 아트빌 보태니컬아트 회원 46명이 참여한 제4회 회원전이 열렸다. 전시 기간은 2026년 10월 28일부터 11월 3일까지였으며,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다. 11월 2일 월요일은 휴관일이었고 관람료는 무료였다.
전시장 입구에는 회원전을 알리는 스탠딩 포스터가 놓여 전시의 성격과 참여 규모를 안내했다. 내부에는 정갈한 액자에 담긴 장미와 여러 식물 그림이 이어졌다. 색연필로 그렸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꽃잎의 결, 잎맥, 빛에 따른 은은한 음영이 세밀하게 표현됐다. 작품마다 오랜 관찰과 반복된 손길이 쌓여 있다는 점을 화면의 촘촘한 묘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장미 작품들은 꽃잎이 겹쳐지는 구조와 색의 농담을 정교하게 드러냈다. 선명한 색채만 앞세우기보다 밝고 어두운 부분을 차분하게 쌓아 올려 꽃의 입체감과 기품을 살렸다. 여러 작품이 한 공간에 배치됐지만 각 그림의 색감과 구성이 달라 관람 동선을 따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작품 아래에는 장미 한 송이와 관람객들이 남긴 포스트잇이 놓였다. 로비 한편에는 소감과 응원의 글을 적을 수 있도록 포스트잇과 여러 색의 펜도 마련됐다. 전시장 벽면에 붙은 글들은 작품을 본 관람객의 감상을 보여줬으며, 그림과 관람객 사이의 교감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탁 트인 층고와 정돈된 기둥, 여유 있는 이동 공간은 세밀한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관람 환경을 만들었다. 관람객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작품 앞에 머물러 색의 변화와 선의 표현을 살폈다. 과거 방송국으로 쓰였던 건물은 개보수를 거쳐 아늑한 갤러리로 기능했고, 입구부터 전시장 안쪽까지 깔끔한 공간 구성이 이어졌다.
강도근 명창의 뜻을 잇는 경연
제34회 금파강도근 전국판소리고법경연대회는 2026년 10월 31일 예선을 시작으로 11월 1일 본선과 학술세미나, 추모공연, 시상식을 진행했다. 초등부·중등부·고등부와 신인부, 일반부 참가자들이 무대에 올라 기량을 선보였으며 관람은 무료로 이뤄졌다.
청아원 외벽에는 대회를 알리는 대형 세로형 현수막이 설치됐고, 정문에는 스탠딩 안내판과 공식 포스터가 배치됐다. 안내물에는 경연 종목과 시간, 참가 부문이 구분돼 현장을 찾은 이들이 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로비에는 대회 안내 팸플릿과 진행 순서를 담은 대형 안내판이 놓였다. 팸플릿에는 경연 순서, 강도근 명창의 예술적 발자취, 심사 규정 등이 수록됐다. 대형 일정표에는 고법 신인부부터 판소리 일반부까지 시간대별 경연 순서가 표시돼 대회의 구성과 진행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로비 한편에는 소파와 라운지형 쉼터가 정돈돼 있었다. 경연을 기다리는 참가자와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차분히 대기하거나 대화를 나눴다. 무대를 앞둔 긴장과 경연을 지켜보려는 기대가 교차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질서 있고 안정적이었다.
소리꾼과 고수가 만든 긴장과 울림
공연장 안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의 경연이 이어졌다. 객석의 관람객들은 무대에 집중했고, 소리꾼의 창과 고수의 북장단이 공간을 채웠다. 조용한 긴장감 속에서도 대목이 무르익을 때마다 객석에서는 ‘얼씨구’, ‘좋다’와 같은 추임새가 나왔다.
무대 중앙에는 병풍과 돗자리, 북이 가지런히 준비됐다. 간결한 무대 구성은 판소리와 고법 자체에 시선이 모이도록 했다. 한복을 갖춰 입은 참가자는 깊은 성음과 힘 있는 표현으로 자유곡을 이어갔고, 고수는 북장단으로 흐름을 받치며 소리꾼과 합을 맞췄다.
15분 이상 이어지는 자유곡을 흔들림 없이 끌어가기 위해서는 소리의 힘뿐 아니라 호흡과 대목 구성, 고수와의 긴밀한 조화가 필요했다. 참가자들은 각자 갈고닦은 기량을 무대에서 펼쳤고, 관람객들은 소리의 높낮이와 북장단의 변화를 따라가며 경연에 몰입했다.
판소리의 성음과 고법의 장단이 맞물리는 순간마다 전통예술이 지닌 생명력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강도근 명창을 기리는 취지와 국악 인재를 발굴한다는 대회의 목적도 참가자들의 진지한 무대와 관객의 호응 속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청아원 밖에서 만나는 남원 풍경
청아원 외부에는 남원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공간이 펼쳐졌다. 무대의 긴장감에서 잠시 벗어난 관람객들은 푸른 산자락과 시가지가 이어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쉬어갈 수 있었다. 전망대 한편에는 그네 의자가 설치돼 남원의 가을바람과 시내 전경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공연장 안의 힘찬 소리와 달리 외부 공간은 비교적 차분했다. 시야가 넓게 열려 있어 경연을 관람한 뒤 호흡을 가다듬거나 다음 일정을 기다리기에 알맞은 분위기를 보였다.
행사 일정과 관람 정보
| 구분 | 보태니컬아트 회원전 | 판소리고법경연대회 |
|---|---|---|
| 장소 | 남원아트센터 1층 1F-05 | 청아원 |
| 기간 | 2026년 10월 28일에서 11월 3일 | 2026년 10월 31일에서 11월 1일 |
| 주요 내용 | 회원 46명의 보태니컬아트 작품 전시 | 예선과 본선, 학술세미나, 추모공연, 시상식 |
| 관람료 | 무료 | 무료 |
| 비고 |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운영, 11월 2일 휴관 | 초중고등부, 신인부, 일반부 경연 |
남원아트센터와 청아원 주변에는 무료 전용 주차장이 마련돼 자가용을 이용한 방문객이 주차할 수 있었다. 두 공간이 가까워 전시와 국악 경연을 연계해 살펴보기에도 수월했다.
함께 둘러볼 남원 문화공간
- 남원예촌과 광한루원
남원아트센터에서 차량으로 약 5분, 약 2.1킬로미터 거리에 있다. 한옥 단지와 전통 정원, 기와 담장길을 둘러볼 수 있으며 광한루와 완월정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 김병종미술관과 함파우소리체험관
차량으로 약 7분, 약 3.2킬로미터 거리다. 수변 공간과 현대 건축이 어우러진 미술관을 관람한 뒤 인근 소리체험관에서 전통 소리와 관련된 문화 경험을 이어갈 수 있다. - 춘향테마파크
차량으로 약 6분, 약 2.5킬로미터 거리에 있다. 춘향전을 바탕으로 조성한 전통 세트장과 문화 체험 공간을 갖췄으며 주변 전망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미술과 국악으로 확인한 예향의 저력
남원아트센터의 보태니컬아트 회원전은 색연필이라는 친숙한 재료가 얼마나 깊고 세밀한 표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청아원의 금파강도근 전국판소리고법경연대회는 소리꾼과 고수가 함께 만드는 판소리 무대의 긴장과 울림을 전했다.
한쪽에서는 꽃잎과 잎맥을 정교하게 그린 작품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판소리와 북장단이 객석을 집중시켰다.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오랜 시간 기량을 닦은 이들의 정성과 예술을 관객에게 전한다는 점에서는 두 행사가 맞닿아 있었다.
지역의 기존 문화공간을 활용한 전시와 전통예술 경연은 남원이 지닌 문화적 기반을 시민과 방문객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세밀화의 고운 색감과 동편제의 깊은 울림이 이어진 두 현장은 예향 남원의 문화적 면모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