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시집 보낸 오동나무의 비밀

딸 시집 보낸 오동나무의 비밀
어린 시절 숲과 들판에서 마주친 오동나무는 그 크기와 큰 잎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키가 훤칠하고 잎이 압도적으로 커서 다른 나무와 쉽게 구별되었지만, 먹을 수 없고 쓸모없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대중가요 '오동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밤에'를 접하며 오동나무는 우리 삶에 깊이 스며든 나무임을 알게 되었다.
오동나무와 조선시대의 전통
조선시대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나무를 심는 풍습이 있었다. 남자 아이가 태어나면 소나무를,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심었다. 특히 딸을 시집보낼 때는 오동나무로 장롱을 만들어 혼수로 보냈다. 오동나무는 빠르게 자라는 속성수로, 시집갈 무렵이면 충분히 자라 장롱 제작에 적합했다. 목재는 회백색 또는 은백색이며, 가볍고 단단하면서도 탄력과 광택이 뛰어나 최고의 목재로 평가받았다.
또한, 오동나무는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관을 만드는 데도 사용되었다. 소나무와 함께 삶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나무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오동나무에 얽힌 전설과 문화
- 명품 악기 목재: 오동나무는 천 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소리를 낸다는 말이 있다. 전통악기인 가야금과 거문고의 울림통 대부분이 오동나무로 만들어진다. 가볍고 뒤틀림이 없으며, 나이테가 고르고 공명에 최적화되어 있어 명품 목재로 손꼽힌다. 조선시대 예술과 학문을 숭상하는 집안에서 오동나무를 많이 심은 이유다.
- 성삼문 오동나무: 조선시대 사육신이자 문신인 성삼문이 1438년 과거에 급제하자, 그의 부친이 오동나무에 북을 매달아 축하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충남 홍성군 홍북면 노은리에는 이 나무가 지금도 남아 있어 '성삼문 오동나무'라 불린다.
- 봉황이 깃든다는 전설: 중국 전설에 따르면 봉황은 군자가 태어나거나 태평성대가 올 때만 나타나며, 오동나무에만 깃든다고 한다. 이로 인해 오동나무는 군자와 성인, 제왕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고귀한 품격을 지닌 신성한 나무로 인식되었다.
오동나무의 특징과 활용
오동나무(Paulownia coreana)는 현삼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교목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 분포한다. 키는 20m 이상 자라며, 잎은 마주나고 길이 15~25cm, 너비 12~30cm로 둥근 달걀형이나 흔히 5각형을 이룬다. 우리나라 자생 나무 중 가장 큰 잎을 가진 나무로 알려져 있다.
꽃은 5~6월에 연보라색 나팔 모양으로 피며, 포도송이처럼 크고 향기가 진하다. 꽃말은 '고귀함, 기품, 숭고한 사랑'이다. 열매는 달걀형으로 끝이 뾰족하며 익으면 두 개로 쪼개져 납작한 씨가 들어 있다.
오동나무는 빠른 성장 속도와 가볍고 단단한 목재 덕분에 가구와 악기 제작에 널리 활용된다. 어린잎과 줄기는 나물로도 먹을 수 있으며, 한방에서는 줄기와 껍질을 동피라 하여 치질과 타박상 치료에 사용한다. 최근에는 잎 추출물이 기침, 가래,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과 암세포 증식 억제에 도움을 주는 항염 및 항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오동나무 4형제 구별법
오동나무와 비슷한 나무로 참오동나무, 벽오동나무, 개오동나무가 있다. 이들은 모두 큰 잎과 큰 키가 특징이다. 오동나무와 참오동나무는 현삼과에 속하지만, 벽오동나무는 벽오동나무과, 개오동나무는 능소화과에 속한다.
오동나무와 참오동나무는 꽃잎 안쪽 줄무늬로 구별할 수 있다. 오동나무는 줄무늬가 없고, 참오동나무는 자주색 줄무늬가 있다. 벽오동나무는 나무껍질이 푸른색이며, 개오동나무는 열매가 노끈처럼 가늘고 길어 쉽게 구별된다.
수종명 | 오동나무 | 참오동나무 | 벽오동나무 | 개오동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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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명 | 현삼과 | 현삼과 | 벽오동나무과 | 능소화과 |
꽃색깔 | 연보라색 | 연노란색 | 연노란색 | 연노란색 |
꽃잎 안쪽 줄무늬 | 없음 | 있음 | 없음 | 없음 |
나무껍질 색 | 회갈색~담갈색 | 회갈색~담갈색 | 푸른색 | 회갈색~담갈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