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철길에 열린 예쓰장

높고 푸른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이어지는 가을,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사매면의 구 서도역 영상촬영장은 오래된 목조 역사와 철길, 계절빛을 머금은 메타세쿼이아가 어우러지는 여행지다. 2026년 10월 17일에는 친환경 시민장터인 10월 예쓰장 × 서도역도 열려 옛 간이역의 정취에 시민 참여형 행사의 활기가 더해졌다.
1932년부터 자리를 지킨 옛 역사
구 서도역은 1932년 조성된 전라선의 옛 역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기차 역사로 알려진 이곳은 2002년 전라선 철도 이설과 새 역사 건립에 따라 기차역으로서의 역할을 마쳤다. 현재는 당시 모습을 간직한 문화공간이자 영상촬영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와지붕과 나무 외벽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건물에 걸린 ‘서도역’ 간판도 옛 간이역의 분위기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역사 안에는 과거 매표소와 열차 시간표, 나무 의자 등이 남아 있어 철도가 주민의 일상과 지역을 연결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구 서도역은 최명희 작가의 대하소설 『혼불』의 배경이 된 장소이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한 공간에서 철도 역사와 문학, 영상문화의 흔적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메타세쿼이아와 이어지는 가을 철길
역사 밖으로 나오면 철길을 따라 메타세쿼이아가 길게 이어진다. 곧게 뻗은 나무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고, 초록색과 노란색이 섞인 잎은 가을이 깊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단풍이 완전히 물들기 전의 나무들은 싱그러운 빛과 따뜻한 계절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길게 뻗은 선로와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나무는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안정적인 풍경을 만든다. 오래된 역사와 철길, 메타세쿼이아가 한 장면 안에 담기면서 사진을 남기는 방문객들의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철길 주변에서는 빠르게 이동하기보다 천천히 걸으며 풍경을 살피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낡은 목조 역사와 계절이 바뀌는 나무가 대비되면서 구 서도역만의 차분한 가을 분위기가 형성됐다.
쓰레기를 줄이는 시민장터 예쓰장
2026년 10월 17일 열린 ‘10월 예쓰장 × 서도역’은 시민이 주도하는 쓰레기 없는 시민장터라는 뜻을 담은 행사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물건을 나누거나 다시 활용하는 친환경 취지로 운영됐다. 물건을 사고파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 속 자원순환을 시민이 함께 실천하는 장터라는 점이 핵심이다.
행사장에는 먹거리와 친환경 농산물, 수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부스가 마련됐다. 샌드위치와 김밥, 따뜻한 어묵과 물떡처럼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소개됐다. 도자기와 액세서리, 친환경 제품을 살펴보는 방문객들이 부스를 오가며 장터의 활기를 더했다.
무료 캐리커처 체험도 진행됐다. 현장에서는 시민들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판매 부스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오래된 간이역이라는 장소적 특성과 쓰레기를 줄이자는 행사의 취지가 만나 색다른 지역 장터의 모습을 만들었다.
남원시가 보존한 철도문화 공간에 시민 주도의 친환경 장터가 더해지면서, 지역의 역사적 자산을 현재의 생활문화와 연결하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옛날 교복과 잔디밭 피크닉
구 서도역에서는 무료 옛날 교복 체험과 피크닉 박스 대여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복고풍 교복을 입은 방문객들은 목조 역사와 철길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겼다. 교복과 간이역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과거의 한 장면을 재현한 듯한 분위기가 펼쳐졌다.
역 주변 잔디밭에서는 피크닉 박스를 이용해 돗자리를 펴고 가을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가족과 연인, 친구 단위 방문객들이 음료를 곁에 두고 쉬면서 철길 산책과는 또 다른 여유를 누렸다.
오래된 철길을 걷고 잔디밭에서 쉬는 단순한 동선만으로도 구 서도역의 역사와 가을 풍경을 차분하게 경험할 수 있다. 행사와 체험이 진행되는 날에는 문화공간의 정적인 분위기와 시민들의 활기가 함께 나타난다.
관람 정보
| 시설명 | 남원 구 서도역 영상촬영장 |
|---|---|
| 소재지 |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사매면 서도길 23-17 |
| 이용 시간 | 연중 09:00~18:00 |
| 입장료 | 무료 |
| 주차 | 무료 주차공간 이용 가능 |
| 시설 문의 | 남원시청 지역활력과 063-620-6678 |
구 서도역은 별도 입장료 없이 관람할 수 있으며 주변 무료 주차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공개된 이용 시간과 시설 운영 사항은 남원시청 지역활력과에 문의할 수 있다.
옛날 교복 체험과 피크닉 박스 대여, 예쓰장과 같은 프로그램은 방문 시점에 따라 운영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시설 문의처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혼불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주변 공간
구 서도역 주변에는 소설 『혼불』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는 혼불문학관이 있다. 구 서도역이 작품의 배경과 옛 철도 풍경을 보여주는 장소라면, 혼불문학관은 작품과 문학적 맥락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구 서도역 영상촬영장은 오래된 간이역의 정취, 메타세쿼이아 철길의 가을빛, 잔디밭의 여유가 한데 모인 장소다. 여기에 시민들이 만드는 친환경 장터가 더해진 10월 17일 현장에서는 지역의 과거를 보존하면서 오늘의 문화와 환경 실천으로 이어가는 모습이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