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 밝힌 마음의 아침

세계 자살예방의 날인 2026년 9월 10일 저녁, 군산에서 자살예방의 날 기념행사 ‘마음에도 아침이 와요’가 열렸다. 군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가 마련한 이번 행사는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자살 문제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높이는 자리였다.
행사는 1부 생명사랑 선포식과 기념식, 2부 마음건강 토크콘서트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장 입구에는 자살위험신호와 정신건강 관련 사업을 알리는 안내물이 설치됐고 참석자들에게 행사 자료와 기념품이 제공됐다. 행사를 앞두고 좌석이 차례로 채워졌으며, 본행사가 시작될 무렵에는 준비된 자리 대부분을 시민들이 메웠다.
작은 안부에서 시작하는 생명사랑
1부에서는 우정희 군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의 개회사와 김재준 군산시장의 기념사가 이어졌다.
우정희 센터장은 자살예방이 일부 전문가나 특정한 사람만의 역할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가족과 친구, 이웃에게 먼저 안부를 묻고 평소와 다른 모습을 세심하게 살피는 작은 관심이 생명을 지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군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도 시민의 마음을 살피고 힘든 순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재준 군산시장은 생명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관심의 중요성을 짚었다. 도시의 경제적 회복과 더불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삶이 회복되는 일도 중요하다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않도록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했다.
기념식 이후에는 참석자들이 생명존중 메시지가 담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기념촬영을 했다. 행사장은 시민들이 생명의 가치와 서로를 살피는 마음을 함께 나누는 공간으로 채워졌다.
9시 10분 먼저 건네는 한마디
행사에서는 ‘9시 10분 안부 묻기 캠페인’도 소개됐다. 9월 10일 자살예방의 날의 의미를 담아 오전이나 오후 9시 10분에 주변 사람에게 먼저 안부를 물어보자는 캠페인이다.
“오늘 하루 어땠어?”처럼 짧고 평범한 질문도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걱정하고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거창한 조언보다 먼저 안부를 묻고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생명사랑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제시됐다.
이라하 작가가 말한 회복의 힘
2부에서는 이라하 작가의 마음건강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정신건강간호사 출신인 이 작가는 웹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연재했으며, 해당 작품은 이후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됐다.
강연의 주제는 ‘회복의 힘, 다시 살아갈 용기’였다. 이 작가는 학업과 진로, 인간관계와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실패와 방황을 이야기했다. 고등학교와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경험, 오랜 시간 게임에 몰두했던 시기, 여러 진로를 거쳐 간호사가 된 과정과 병원을 그만둔 뒤 다양한 일을 시도했던 경험도 전했다.
당시에는 실패로 여겼던 순간들이 시간이 지난 뒤 또 다른 선택의 계기가 됐고, 결국 현재의 작품과 활동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었다. 삶의 굴곡이 곧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강연 전반을 관통했다.
이 작가는 정신건강간호사로 근무하며 만난 환자들과 현장에서 느낀 생각을 계기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실제 환자의 이야기가 그대로 드러나지 않도록 내용을 충분히 바꾸고, 근무 당시 동료에게 확인받는 과정도 거쳤다고 밝혔다.
마음의 건강을 살피는 기준
강연 후반에는 사전에 접수된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질문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마음이 건강한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라하 작가는 하루 동안 기분이 좋거나 나쁜지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평소 가능했던 일상생활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평소 출근과 식사, 집안일과 취미생활을 해오던 사람이 어느 순간 일상적인 일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치고 그러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신건강 문제로 의사가 약을 처방한 경우에는 환자가 임의로 복용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며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약을 복용하는 동안 불편한 점이나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도 혼자 중단하지 말고 의료진에게 상태를 알린 뒤 상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에게 맞는 회복 방법 찾기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이라하 작가는 사람마다 기분을 회복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일이 도움이 될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혼자 쉬거나 노래를 부르고 좋아하는 활동을 하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다른 사람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데 있지 않았다. 자신의 기분을 회복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법을 평소 하나씩 찾아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사용에 관한 의견도 나왔다. 다른 사람의 모습을 반복해서 살피고 자신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기분이 더 나빠진다면 사용 시간을 조절하거나 잠시 거리를 두는 것도 마음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시민 질문으로 이어진 마음 대화
강연 뒤에는 시민들이 현장에서 직접 질문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가족의 반복적인 분노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 정신건강 치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가족의 인식, 스트레스를 받을 때 충동적인 행동을 되풀이하는 문제 등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이라하 작가와 군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 측은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전문적인 평가와 상담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정이 크게 치솟기 전에 나타나는 신호를 관찰하거나 자신의 행동이 반복되는 상황과 양상을 기록해 보는 방법도 소개했다.
질문의 내용과 처지는 서로 달랐지만 행사에서 반복해 강조된 메시지는 분명했다. 힘든 시간을 무조건 혼자 견디기보다 주변이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는 것이다.
마음에도 다시 아침이 오도록
이번 행사는 자살예방이 일상과 동떨어진 주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자리였다. 주변 사람에게 먼저 안부를 묻고, 평소와 달라진 모습을 한 번 더 살피며, 자신이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이 생명을 지키는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가 강조됐다.
행사가 끝난 뒤 시민들의 손에는 “오늘도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기념품이 들려 있었다. 행사장을 나서는 시민들 사이에는 강연 내용을 되짚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이어졌다.
누구에게나 힘든 밤이 찾아올 수 있지만 마음에도 다시 아침이 올 수 있다는 메시지, 그리고 짧은 안부 한마디가 누군가의 회복을 돕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이날 행사의 중심에 놓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