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블루베리의 인생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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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블루베리의 인생 2막

정년 뒤 익산에서 시작한 새로운 삶

정년퇴직은 오랫동안 이어온 직장생활의 끝이지만,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익산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며 시를 쓰는 이찬억 씨는 농업과 문학을 나란히 이어가며 인생의 다음 장을 채우고 있다.

이씨 부부가 생활하는 공간 주변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블루베리 화분과 고사리밭, 비닐하우스 텃밭이 자리하고 있다. 아직 농장의 모든 모습이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부부가 작물의 상태를 살피고 농촌 생활의 기반을 하나씩 마련하는 과정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오랜 직장생활을 마친 뒤에도 생명과 사람을 돌보는 삶의 방향은 농업과 문학을 통해 계속되고 있다.

안전 현장에서 문학과 농업으로

이찬억 씨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소방과 안전 분야의 업무를 맡아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했다. 2020년 정년퇴직한 뒤에는 문학 활동의 폭을 넓혔고, 2025년 익산에 정착해 농촌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근무 당시에는 안전을 지키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면, 퇴직 후에는 글을 통해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살피고 있다. 익산에 자리를 잡은 이후에는 흙과 작물을 가까이하며 자연과 생명을 돌보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일터와 생활 방식은 달라졌지만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는 현재의 농촌 생활에도 이어지고 있다.

일상을 기록하는 농부시인

이씨는 2022년 제2회 한용운문학상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익산지부에서 활동하며 시와 수필, 디카시를 창작하고 있다. 온라인 창작 공간인 생기바람을 통해 작품을 나누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그에게 글쓰기는 일상의 모습을 기록하는 작업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농촌에서 마주하는 작은 생명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에 담고, 그 과정에서 얻은 위로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데 문학 활동의 의미를 두고 있다.

농사와 문학은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이씨의 일상에서는 긴밀하게 이어진다. 작물의 변화를 살피는 시간은 생활의 기록이 되고, 농촌에서 만나는 풍경과 생명은 글의 소재가 된다. 문학을 통해 다져온 관찰의 태도는 농작물의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는 생활과도 맞닿아 있다.

줄지어 놓인 블루베리 화분

농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된 블루베리 화분이다. 커다란 화분마다 어린 나무가 자리하고 있으며, 햇살을 받은 잎에는 초록빛과 붉은빛이 함께 나타난다. 수확을 앞둔 풍성한 농장이라기보다 묘목이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생육 기반을 조성하는 단계의 모습이다.

귀농 2년 차인 이씨는 2026년 9월부터 블루베리 재배를 시작했다. 현재는 눈에 띄는 농업 성과를 내세우기보다 묘목의 뿌리와 생육 상태를 살피고, 재배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금 이 농장의 핵심은 수확량이 아니라 새로운 작물을 배우고 안정적인 재배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 있다.

어린 블루베리 나무들은 아직 성장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씨 역시 결과를 서두르기보다 작물이 자라는 속도에 맞춰 기다리며 농사를 배우고 있다. 오랜 직장생활과 문학 활동을 통해 쌓아온 차분한 태도가 블루베리 재배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우보의 뜻을 닮은 귀농 생활

이찬억 씨의 아호는 우보다. 소처럼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걸음으로 꾸준히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아호는 이제 막 시작한 블루베리 농사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나무는 사람의 계획만으로 빠르게 자라지 않는다. 뿌리를 내리고 줄기와 잎을 키우는 데 필요한 시간이 있으며, 재배자는 그 변화를 지켜보면서 적절하게 돌봐야 한다. 이씨는 이러한 작물의 생장 과정에 맞춰 농사를 배우고 있다. 작은 나무 한 그루씩 상태를 살피며 기반을 다지는 일이 현재 귀농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다.

농장에 놓인 화분의 간격과 정돈된 모습에서는 새롭게 익힌 농사일을 차근차근 적용하려는 태도가 드러난다. 빠른 성과보다 지속적으로 배우는 과정에 무게를 두는 생활 방식은 우보라는 아호의 뜻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고사리밭과 비닐하우스 텃밭

이씨 부부의 생활 공간에는 블루베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농장 한쪽에는 고사리밭이 자리하고 있다. 빼곡하게 펼쳐진 고사리 잎은 줄을 맞춰 놓인 블루베리 화분과 다른 농촌 풍경을 만든다.

집과 밭 가까이에 여러 작물이 함께 자리하면서 부부의 일상은 자연스럽게 농사와 연결된다. 작물마다 성장하는 방식과 돌보는 방법이 다른 만큼, 농촌 생활에서는 계절과 생육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는 시간이 이어진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이씨의 아내가 관리하는 텃밭이 있다. 여러 종류의 채소가 자라고 있으며, 지지대를 따라 뻗은 오이 덩굴에서는 노란 꽃과 열매가 관찰된다. 블루베리 재배지 옆의 텃밭은 부부가 각자의 손길로 작물을 가꾸며 익산 생활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블루베리 화분과 고사리밭, 비닐하우스 텃밭은 규모와 재배 방식이 서로 다르다. 그러나 모두 부부의 생활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으며, 매일 작물을 살피고 돌보는 귀농 일상의 한 부분을 이룬다.

생기바람에 담은 농장의 구상

이씨가 앞으로 사용하려는 농장의 이름은 생기바람이다. 문학 작품을 나누는 온라인 창작 공간의 이름과도 같다. 그가 구상하는 생기바람은 시와 흙이 함께하는 공간이다.

장기적으로는 어르신과 장애인,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휴식과 위로를 경험할 수 있는 치유농업의 터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다만 현재 농장은 블루베리 묘목의 생육 기반을 다지고 농촌 생활을 안정시키며 필요한 준비를 이어가는 단계다.

이씨는 작물을 생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농촌의 자연환경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 자신이 받은 것을 지역사회와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품고 있다. 그가 즐겨 쓰는 말인 거저 받은 것 거저 나눕니다에는 이러한 뜻이 담겨 있다.

생기바람의 구상은 아직 완성된 사업이나 시설이 아니라 앞으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의 블루베리 농사는 그 구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한 기초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익산시의 귀농귀촌 정착지원

익산시는 지역에서 새로운 농촌 생활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귀농귀촌 정착지원 사업을 안내하고 있다. 사업에는 귀농인 농업 장려수당과 귀농귀촌인 이사비 지원이 포함된다.

지원사업주요 내용
귀농인 농업 장려수당농업을 전업으로 하는 귀농인을 대상으로 안내되는 지원
귀농귀촌인 이사비 지원익산시 농촌지역으로 전입한 귀농귀촌인의 정착을 돕는 지원

지원 대상은 다른 도시에서 1년 이상 거주한 뒤 익산시 농촌지역으로 전입한 세대주 또는 세대원 가운데 1명이다. 농업 장려수당은 농업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귀농귀촌 지원은 도시에서 농촌으로 생활 기반을 옮기는 과정의 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지역 정착을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원을 검토할 때는 본인의 전입 경력과 거주지역, 영농 여부 등 대상 요건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출발

이찬억 씨의 현재 농장은 완성된 성과를 보여주는 공간이라기보다 새로운 삶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현장이다. 익숙하지 않은 농사를 배우고 어린 블루베리 나무를 돌보며, 농촌에서 보낸 시간을 문학으로 기록하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정년퇴직은 이씨에게 삶의 마침표가 아니었다. 직장에서는 안전을 지켰고, 문학에서는 사람과 일상을 기록했으며, 익산에 정착한 뒤에는 농작물을 돌보는 새로운 역할을 시작했다.

일정하게 놓인 블루베리 화분과 고사리밭, 채소가 자라는 비닐하우스에는 부부가 익산에서 일구는 일상의 시간이 쌓이고 있다. 이씨는 우보라는 아호처럼 자신의 속도로 농업을 배우고 시를 쓰며 앞으로의 농장을 준비하고 있다.

시를 쓰는 일과 블루베리를 키우는 일은 이씨의 삶에서 생명과 사람을 세심하게 바라보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익산에서 시작된 그의 인생 2막은 작은 묘목이 뿌리를 내리는 과정과 함께 천천히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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