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속 유물놀이터

1931년 문을 연 철도터널이 이제 발굴유물을 보관하고 어린이에게 고고학 체험을 제공하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에 자리한 호남권역 예담고는 옛 신리터널의 시간과 땅속에서 발견된 유물의 가치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실내 체험 공간이다.
긴 터널 안에서는 발굴유물의 보관과 활용 과정을 알아보는 상설전시가 운영된다. 어린이는 모래 속 유물을 찾아보고 유물에 새겨진 무늬를 관찰하면서 고고학자의 활동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 날씨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관람과 체험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가족 단위 방문객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철도터널에서 유물 보금자리로
호남권역 예담고가 들어선 옛 신리터널은 1931년 전라선 개통과 함께 만들어졌다. 오랫동안 기차가 오가던 이 터널은 1999년 철도터널의 역할을 마쳤다.
이후 터널은 2015년부터 지역 예술인들의 공간인 마중물갤러리로 활용됐다. 2021년 운영이 중단된 뒤 다시 비어 있던 공간은 2023년 호남권역 예담고로 문을 열었다. 철도 교통의 통로와 지역 예술 공간을 거쳐 발굴유물을 품는 보관·전시 시설로 기능이 바뀐 것이다.
과거에는 사람과 물자를 실은 열차가 통과했던 곳이지만, 현재는 땅속에서 나온 유물이 머물며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공간이 됐다. 길게 이어진 터널 구조와 발굴유물이 어우러져 공간 자체의 역사도 함께 돌아보게 한다.
발굴유물은 어떻게 활용되나
예담고는 발굴된 유물을 보관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설이다. 이곳에 보관된 유물은 연구 자료로 제공되며 전시와 교육에도 활용된다.
박물관 전시실에서 완성된 전시를 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땅속에서 발견된 유물이 발굴 이후 어디에서 보관되고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유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수장 기능과 시민에게 그 의미를 설명하는 교육 기능이 한 공간에서 이어진다.
유물 조각이 머무는 편한 자리
상설전시의 이름은 편片한 자리 발굴유물의 보금자리다. 전시명에 사용된 片은 조각 편 자로, 땅속에서 발견된 유물 조각이 예담고라는 보금자리에서 편안하게 머문다는 뜻을 담고 있다.
관람객은 땅에서 열린 시간 영상을 본 뒤 고고학자 복장을 입고 모래 속에 숨겨진 유물을 직접 찾아보는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입구 벽에는 땅을 파고 유물을 살펴보는 어린이 고고학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전시와 체험의 주제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체험 공간에서는 어린이들이 손으로 모래를 파헤치며 유물을 찾는다. 유물이 어린이에게 어렵고 낯선 대상으로만 머무르지 않도록 놀이와 관찰을 연결한 구성이 돋보인다. 현장에서는 유물을 찾는 손길이 분주하게 이어지고, 발견한 대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어린이들의 표정에서는 진지한 집중력이 드러난다.
무늬를 찾고 유물을 관찰하다
어린이는 빗살무늬와 물결무늬, 꽃무늬처럼 유물에 남아 있는 여러 무늬를 찾아볼 수 있다. 유물을 손으로 만져보고 돋보기를 이용해 표면을 자세히 살피는 활동도 마련돼 있다.
단순히 유물을 눈으로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형태와 무늬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다. 모래 속에서 대상을 찾고, 손으로 감촉을 느끼고, 돋보기로 작은 특징까지 관찰하면서 발굴과 연구의 기본 과정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경험하게 된다.
체험의 핵심은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유물을 발견하고 관찰하며 스스로 질문해 보는 데 있다. 놀이처럼 시작된 활동은 옛사람이 남긴 흔적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학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천 년 뒤 유물을 생각하다
전시에서는 천 년 뒤 우리의 땅속에서 어떤 물건이 유물로 발견될지를 묻는다. 현재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 가운데 무엇이 먼 훗날 유물이 될지 생각해 보게 하는 질문이다.
아이와 함께 지금 쓰는 물건 중 천 년 뒤에도 남아 있을 물건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면 과거의 유물과 현재의 생활을 연결해 볼 수 있다. 유물이 단지 오래된 물건이 아니라 한 시대 사람들의 생활과 생각을 보여주는 흔적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도슨트와 들어가는 수장고
호남권역 예담고에서는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수장고를 둘러보는 투어를 운영한다. 투어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진행된다. 한 차례당 소요 시간은 20분이며 참여 인원은 20명으로 제한된다. 투어 참가자는 정문을 이용한다.
정해진 시간에 진행되는 수장고 투어는 발굴유물이 실제로 보관되는 공간을 도슨트의 해설과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일반 전시 관람과 달리 수장고의 역할과 유물 관리 과정을 설명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운영일 | 화요일부터 일요일 |
|---|---|
| 투어 시간 | 오전 11시, 오후 3시 |
| 소요 시간 | 회당 20분 |
| 인원 | 회당 20명 제한 |
| 출입 | 정문 이용 |
토요일 수장고 오픈데이
토요일에는 수장고 오픈데이가 운영돼 정문과 후문이 함께 개방된다. 후문은 전주천과 연결돼 있어 전주천을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던 관람객도 후문을 통해 예담고에 들어갈 수 있다.
오래전 열차가 오갔던 터널을 걸으며 발굴유물을 살펴보고, 어린이는 고고학자가 되어 유물을 찾아보는 흐름이 한 공간 안에서 이어진다. 토요일에는 전주천과 연결된 동선까지 활용할 수 있어 주변을 걷는 일정과 실내 관람을 함께 구성할 수 있다.
전국 권역별 예담고 운영
예담고는 호남권역 전주를 비롯해 충청권역 대전, 해양권역 목포, 영남권역 경남 함안 등 전국 4개 권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수도권과 강원권역 예담고도 준비 중이다.
권역별 시설은 발굴유물을 보관하고 연구·전시·교육에 활용하는 역할을 맡는다. 호남권역 예담고는 옛 철도터널이라는 장소의 특성을 살려 유물의 보관 기능과 시민 체험 공간을 함께 보여준다.
관람 전 확인할 운영 정보
상설전시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는 체험 정비와 준비가 진행된다.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하며 관람료와 주차료는 무료다.
| 시설명 | 호남권역 예담고 |
|---|---|
| 상설전시 |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
| 체험 정비 및 준비 |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
| 휴관 | 월요일과 공휴일 |
| 관람 및 주차 | 무료 |
| 주소 |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은석길 32-134 |
| 문의 | 호남권역 예담고 063-288-7615 |
체험 정비 시간이 별도로 운영되므로 체험을 목적으로 방문한다면 시간대를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운영 및 체험 일정은 변동될 수 있어 방문 전 호남권역 예담고에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시설 구조상 관람을 시작하기 전에 화장실을 이용하면 동선을 보다 편리하게 이어갈 수 있다.
관람 뒤에는 가까운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의 미디어아트 전시와 연계해 일정을 구성할 수도 있다. 호남권역 예담고는 철도터널의 역사, 발굴유물의 보존, 어린이 고고학 체험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전주의 실내 역사·문화 공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