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시간 한곳에 열리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 발굴된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문화유산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 문을 열었다.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이서면에 자리한 국립완주문화유산연구소는 그동안의 발굴 조사 성과를 모은 성과홍보공간 시간을 품은 땅, 전북을 개관했다. 국가유산청 산하 연구기관인 국립완주문화유산연구소가 전북 지역의 문화유산을 조사하고 연구해 온 과정과 주요 성과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공간이다.
전시실에는 실제 발굴 현장에서 확인된 유물과 조사 내용이 시대와 지역에 따라 소개돼 있다. 마한의 고분과 서해안의 패총부터 조선 후기 천주교 순교자의 흔적까지 전북의 땅속에서 확인된 여러 이야기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선사부터 고대까지 이어진 삶
1층 전시실 1부는 풍요의 땅에 사람이 깃들다를 주제로 선사시대부터 고대까지 전북 지역에 사람들이 정착하고 문화를 일궈온 과정을 다룬다. 유물을 단순히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디에서 무엇이 발견됐는지, 그 조사 결과가 당시의 생활과 문화를 어떻게 보여주는지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주요 전시 내용 가운데 하나는 완주 상운리 원상운 고분군이다. 이 유적은 전북 마한문화의 핵심 유적으로 꼽힌다. 국립완주문화유산연구소는 완주군 용진읍 상운리 일대에서 2022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정밀 발굴 조사를 진행했으며, 현재까지 고분 9기를 확인했다.
고분의 매장시설에서는 3세기에서 4세기 무렵의 전용옹관이 출토됐다. 특히 깨진 옹관 조각을 이어 붙여 사용한 흔적이 확인됐다. 전북 지역에서도 드문 사례로 평가되는 자료다. 유리구슬과 여러 형태의 토기, 철기류도 함께 발견돼 당시 마한 세력의 위계와 매장 문화를 살펴볼 수 있게 한다.
고분의 구조와 출토 유물을 함께 살펴보면 전북 마한사회의 장례 방식과 생활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시 공간은 발굴 현장에서 확인된 내용을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보여주며 오랜 시간 땅속에 묻혀 있던 역사를 현재의 관람객과 연결한다.
서해안에서 확인된 교류의 흔적
군산 개사동 패총은 전북 서해안의 고대 국제교류를 보여주는 유적이다. 이곳에서는 일본 야요이 시대 토기로 추정되는 그릇 받침이 확인됐다. 야요이 시대는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3세기까지에 해당한다.
패총에서는 굴과 백합, 피뿔고둥 같은 조개류를 비롯해 큰 독과 시루 등 여러 토기류가 함께 출토됐다. 전북 지역에서 매우 드문 물범 뼈도 발견됐으며, 어린 돼지의 어깨뼈와 개의 아래턱뼈도 확인됐다.
이들 자료는 군산이 고대 해상 교류의 기항지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설명된다. 부안 죽막동 유적 등과 함께 전북 서해안의 고대 해양 네트워크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평가된다. 당시 사람들이 바다를 이용한 방식과 지역 사이의 교류 가능성을 실제 출토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역의 역사와 삶을 담은 전시
2부는 드넓은 대지가 품은 다채로운 이야기를 주제로 전북 각 지역에 남은 역사와 삶의 흔적을 조명한다. 익산 제방 유적과 완주 남계리 유적, 부안 청자요지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유적이 소개된다.
이 가운데 완주 남계리 유적은 한국 최초의 천주교 순교자인 윤지충과 권상연, 신유박해 당시 순교한 윤지헌의 유해가 발견된 곳이다. 2021년 3월 천주교 전주교구가 초남이성지 성지화 사업을 진행하던 중 초남이성지에서 북쪽으로 약 900m 떨어진 무연고 무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유해와 백자사발지석이 확인됐다.
완주군은 학술용역을 통해 이곳이 종교적 가치뿐 아니라 조선 후기 연구에서도 역사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는 점을 확인했다. 2022년 11월에는 전북특별자치도 지정기념물로 지정 예고됐으며, 국가 사적 지정도 추진될 예정이다.
마한의 무덤부터 조선 후기 천주교 순교자의 흔적까지 시대를 달리하는 문화유산이 전북이라는 공간 안에서 하나의 역사로 이어진다. 관람객은 지역 곳곳의 발굴 성과를 따라가며 전북의 긴 시간과 그 안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배우는 발굴과 유물
어린이체험실 도란도란 시간 놀이터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발굴과 유물을 배우도록 구성된 체험형 공간이다. 전시 내용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하며 문화유산의 의미를 익힐 수 있도록 꾸며졌다.
열린도서관에서는 전북 지역 문화유산과 관련된 자료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전시 관람 뒤 관심이 생긴 유적이나 유물을 자료를 통해 더 깊이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LED 미디어아트와 실감영상실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 공간도 마련됐다. 글과 유물만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발굴 현장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조사 과정의 생생함을 더한다. 전시실에서는 유물과 설명, 영상 콘텐츠가 어우러져 전북 문화유산의 시간적 흐름을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시간을 품은 땅 전북 관람 정보
국립완주문화유산연구소 성과홍보공간은 유물을 진열하는 데 머물지 않고 실제 발굴 현장에서 확인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전북의 선사문화와 마한의 매장문화, 서해안의 고대 교류, 조선 후기의 종교사를 한곳에서 차분하게 둘러볼 수 있다.
| 시설명 | 국립완주문화유산연구소 성과홍보공간 시간을 품은 땅 전북 |
|---|---|
| 위치 |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이서면 지사제로 168 |
| 운영시간 |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
| 관람료 | 무료 |
| 문의 | 국립완주문화유산연구소 063-290-9300 |
관람객은 무료로 전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완주에서 전북의 발굴 성과와 오래된 삶의 흔적을 살펴보려는 시민에게 문화유산 조사와 연구의 결과를 직접 확인할 기회를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