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서점마을, 책과 삶이 만나는 공간

고창 서점마을, 책과 삶이 만나는 공간
전라북도 고창군 대산면 지석리 일대에 대한민국 최초의 독립서점 공동체인 '고창 서점마을'이 문을 열었다. 인구 감소와 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촌 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이 서점마을은 여섯 가구의 서점지기들이 직접 귀촌해 집과 서점을 짓고, 공동 농사를 지으며 책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이 서점마을은 문화 평론가 이윤호 촌장의 주도로 시작되었다. 그는 영국 웨일스의 유명한 책마을 '헤이온 와이(Hay-on-Wye)'를 벤치마킹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농촌 현실에 맞는 지속 가능한 삶의 모델을 제시했다. 서점지기들은 3년간 휴일 없이 서점을 운영하겠다는 원칙 아래 각자의 서점과 집을 유지하며 공동의 꿈을 실현해왔다. 2년간의 공사 끝에 2025년 7월 가오픈, 10월 11일 정식 개장했다.
고창 서점마을은 헌책방 중심의 기존 책마을과 달리, 주제와 철학이 뚜렷한 새책 독립서점들이 모여 있다. 이곳은 책을 구매하고 머무르며, 쉼과 여유를 제공하는 힐링 공간으로서 복잡한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온전한 사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여섯 서점의 특별한 이야기
- 세발자전거 - 로스터리 카페 & 인문학 서점
이윤호 촌장이 운영하는 이 서점은 철학 서적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큐레이션하며, 직접 로스팅한 커피와 함께 삶의 근원적 질문을 탐구하는 공간이다. 인문학 아카데미도 운영하며 방문객들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 NO.9 - 그래픽노블 서점
만화를 제9의 예술로 인정하며 국내외 그래픽 노블과 만화 관련 도서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북 스테이 공간과 피트 위스키 바가 있어 독특한 문화 체험을 제공한다. - 초롱이와 쑥 - 윤동주 시집 & 독립출판물 서점
윤동주 시인을 테마로 한 이 서점은 고전 시집과 독립출판물을 큐레이션하며, 독립출판 워크숍을 통해 작가 발굴과 독자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 맹그로브 - 생태서점
나무 의사 황경선 서점지기가 운영하는 이 서점은 생태학, 농업, 환경 문제 등 지속 가능한 삶을 주제로 한 서적을 소개한다. 서점 주변 텃밭에서 생태 체험도 가능하다. - 목수의 책방 - 여행 & DIY 서점
목수 출신 서점지기가 운영하며 여행, DIY, 인문학을 결합한 서점이다. 목공 체험과 워크숍을 통해 배움과 실행의 가치를 전한다. - 고릴라 - 그림책 서점
그림책 전문 서점으로 국내외 명작 그림책을 선별해 소개하며, 낭독회와 그림책 테라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모든 연령대에 열려 있는 공간이다.
공동 운영과 지역 활성화
여섯 서점지기들이 함께 운영하는 '리북(Rebook)'은 기증받은 중고책을 판매하며, 수익금은 서점마을 공동 운영 자금으로 사용된다. 이 공간은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도 한다.
고창 서점마을은 독서 모임, 작가 강연, 그림책 낭독회, 독립출판 워크숍, 생태 텃밭 체험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연중 개최할 계획이다. 또한 숙박 시설을 마련해 방문객들이 책과 자연 속에서 머무르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책과 함께하는 새로운 삶의 모델
고창 서점마을은 단순한 서점 집합체를 넘어, 책과 함께 머물고 성장하는 삶의 공동체를 지향한다. 서점지기들은 오프라인 서점의 가치를 지키고 확장하며, 지속 가능한 지역 재생과 문화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이곳은 미래 귀촌인들에게 경제적 기반과 문화적 만족을 동시에 제공하는 새로운 삶의 청사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고창 서점마을에서 자신만의 책을 찾아보는 것은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곳은 책과 사람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아름다운 문화 공간으로, 방문객들에게 깊은 사유와 휴식을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