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자연애 천연염색의 숨결
자연과 함께하는 천연염색의 미학
전라북도 고창군 무장면에 위치한 자연애천연염색문화공간은 자연이 선사한 재료로 천을 물들이는 전통의 미를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햇볕과 바람이 천을 온전히 말리며, 마당을 가득 채운 쪽빛 천들이 마치 춤을 추는 듯한 풍경을 연출한다. 산과 들, 강의 색을 머금은 천들이 길게 펼쳐져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2006년 개관, 전통과 교육의 장
2006년에 문을 연 자연애는 국가무형유산 염색장 이수자이자 군장대 패션산업과 특임 교수인 김영남 대표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천연염색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되며, 고창의 너른 들녘과 어우러진 목가적인 환경 속에서 방문객들은 전통 염색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다.
산수화 기법으로 완성하는 쪽 염색
자연애에서는 스카프를 산수화 기법으로 쪽 염색하는 수업이 진행된다. 진한 쪽빛에서 연한 색으로 점차 번지는 여섯 단계의 과정을 통해 각기 다른 개성의 작품들이 탄생한다. 교육생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산수화를 완성하며, 자연의 색을 담아내는 예술적 감각을 키운다.
500평 쪽밭에서 시작되는 염색의 여정
김영남 대표는 인근 500평 규모의 쪽밭에서 매년 2월 씨를 뿌리고 8월에 수확하여 염료인 니람을 만든다. 쪽물은 잿물과 니람을 혼합해 환원 발효 과정을 거쳐 청색이 녹색으로 변할 때까지 기다려야 염색에 적합한 상태가 된다. 이 과정은 전통 염색의 핵심으로, 자연의 변화를 섬세하게 관찰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초보자도 즐길 수 있는 천연염색 체험
염색할 섬유는 먼저 따뜻한 물에 담가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련 과정을 거친다. 체험 참가자들은 섬유를 병풍접기 방식으로 접고 끈으로 묶은 뒤, 염액에 담가 색이 스며들도록 조물조물한다. 처음 닿는 색은 초록빛이지만 산소와 만나면서 깊고 푸른 쪽빛으로 변한다. 묶는 방법과 염색 부위에 따라 다양한 무늬가 만들어져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이 완성된다.
햇볕과 바람으로 완성되는 자연의 작품
염색이 끝난 천은 물로 헹군 후 짜내어 줄에 널어 말린다. 햇볕과 바람이 천을 빠르게 말려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완성된 작품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자연의 힘이 더해져 탄생하는 이 작품들은 농업과 예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문화예술과 농업의 치유 공간
김영남 대표는 천연염색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고창읍성 인근에 ‘솔향제’ 천연염색 예술원을 마련했다. 이곳은 지역 주민과 일반인들이 예술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자연애는 문화예술과 농업이 만나 치유와 창조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